지난 22일 열린 유엔총회는 북한과 미국의 날카로운 대립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국제 사회에 대한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을 향해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미국은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선택을 할수 밖에 없다”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모든 것을 걸고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직접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리용호 북 외무상 또한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실상 선제 타격 조짐이 보일 경우,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각국 정상들은 ‘사람을 근본으로’라는 이번 유엔총회의 기본 이념이 무색하게 서로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말로 미사일을 날릴 수 있다면 벌써 한반도에만 미사일 수십 개가 날아오고도 남았을 무책임한 발언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다자주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해결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보수 야당에선 문 대통령이 또 한 번 국제적인 대북 기조에 반하는 행보를 보인데 불만을 표하는 눈치입니다.
대화(對話).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번 기조연설은 각국 정상들 앞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분명히 의미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주 대하기는커녕 서로 날을 세우기 바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말하는 다자주의 대화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 얘기인지 의문입니다. 실제로 유엔총회에 이어 진행된 두 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군사적 대응 방안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졌을 뿐, 대화와 협력을 통한 타개 방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외교가 대북관계라는 꼬인 매듭을 풀어낼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국민, 그리고 우리 학우들의 관심과 비판적 지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평화라는 이념 아래 하나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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