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곡식은 고개를 숙이고, 나뭇잎들은 옷을 갈아입는 계절이다. 누군가 저에게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가을이라 답할 것이다. 단순하게 먹을 것이 많은 계절이기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여름과 겨울의 과도기일 때만 볼 수 있는 그 풍경이 좋기 때문이다. 도톰한 옷을 꺼내 입고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천천히 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거리를 걷는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 풍요의 계절인 가을에, 사람들의 마음은 풍요롭지 않다.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버티느라 주위를 둘러볼 겨를조차 없다. 모두 자신의 목적지만을 보고 걸음을 재촉한다. 잠깐 옆으로 한눈을 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힘들고 바쁘게 살고 있을 때,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오히려 새로 시작할 힘을 준다. 잠깐 한 박자 쉬어가며 시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보는 것은 정신없이 달려온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일상 속 조그만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힘들어하고 있다면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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