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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국가권력의 불편한 조우
정윤석 -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438호] 2017년 09월 12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무작정 빠른 드럼 비트와 마구잡이로 긁는 기타에 알아듣기조차 힘들 정도로 빠르게 쏘아붙이는 보컬, 그라인드 코어는 가장 극단적인 락 장르임에 틀림이 없다. 이와 함께 사회의 가장 민감한 현안을 거침없이 무시하거나 찬양하는 급진적인 가사. 이를 선보이는 밴드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에 있었다. 베이스와 보컬을 맡는 장성건, 드럼을 맡는 권용만으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 밤섬해적단을 좇는 다큐멘터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권용만이 밤섬해적단을 소개한다. 그는 서울대학교 총장실 안에서 책상에 발을 올리고 선언한다. 2011년 6월 17일, 당시 서울대 법인화 재검토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본부 건물을 점거하던 상황에서 열린 본부스탁에 밤섬해적단이 공연을 하러 왔을 때이다. 영화는 기행을 일삼는 밤섬해적단의 행보를 말없이 쫓는다. 어떤 공연에선 ‘고효율 밴드’가 되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면서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내 기타와 드럼을 맡겨버린다.
밤섬해적단의 가사는 더욱 문제적이다. “김구 짱! 김구 짱! 김구 짱! 이승만 병신!” <밤섬해적단 – 백범살인일지 中> “육이오의 참전용사 우리 멋진 할아버지, 나는 아마 100킬 0데스쯤 한 것 같구나” <밤섬해적단 – 6.25 참전용사 中> “박카스 한 병! 일하다 죽자! 이것이 부장님의 사랑이다!” <밤섬해적단 – 박카스 한 병 中> 영화는 인터뷰와 공연을 비추다가도, 그들의 노래들을 정황 없이 삽입하며, 이를 그라인드 코어와 딱 어울리는 컴퓨터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로 장식한다.
권용만과 함께 인디레이블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고 있던 박정근이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리트윗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로 기소되자, 영화는 그간의 광기를 접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밤섬해적단의 첫 앨범 <서울불바다>는 재판에 회부되고 권용만은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밤섬해적단의 음악은 이제 우파냐 좌파냐, 찬양과 선동의 목적이 있었냐, 단순한 자랑이냐 아니면 조롱이냐 등의 잣대 앞에 서야만 했다.
박정근의 변호사가 말했듯, “이들은 북한의 절대권력을 한껏 가지고 놀았고, 그 조롱을 예술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법정 앞에서 밤섬해적단이 그들의 작품을 설명해야만, 변호해야만 했던 상황은 예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전근대의 괴물이 재현된 듯하다. “이 영화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를 문화적으로 소비하기 위함”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대사이다. 그들의 예술은 법정 앞에서의 치욕적인 상황도 포용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예술의 확장성이 결국 문화의 본질이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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