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다. 방학 때 방탕하게 살았던 만큼 개강은 꽤나 가슴 아프게 다가올 것 같다. 모든 카이스트 학우를 개강혐오자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을 시인하고서라도, 개강은 퍽 받아들이기 힘든 고비이자 난관으로 기능할 듯싶다.
개강은 왜 이리도 무겁게 다가올까? 하루를 기점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주변 환경이 극적으로 변하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부원답게, 허섭스러운 비유를 섞자면, 설렁설렁 드럼을 치다가 영화 <위플래쉬>의 무시무시한 플렛쳐 선생님을 만난 꼴이다.
위플래쉬. 문득 개강의 퍽 좋은 대체어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개강은 채찍이다. 이번 가을학기를 또 어떻게든 보내고 나면, 몸엔 생채기가 나있겠지만 분명 어느 정도 나아가 있을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말처럼 느껴진다면 비유를 조금 바꿔보고 싶다. 어떤 사업가가 아마존에서만 서식하는 독특한 종류의 어류들을 자기네 나라로 가지고 오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어항으로 운반해도, 도착할 때쯤이면 늘 물고기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러다 낸 묘책이 바로 어항에 물고기들의 천적인 뱀장어를 몇 마리 푼 것이다. 물고기는 운반돼 오는 동안에도 뱀장어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생존이 경각에 달린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싱싱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개강이라는 이름의 뱀장어와 기꺼이 합승하도록 하자. 도착할 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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