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집게 기술과 CT의 굴절률 분석 알고리즘 이용해 빛의 초점으로 세포 이동시켜 … 다른 복잡한 3차원 물체도 조작 자유로워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복잡한 3차원 물체를 제어할 수 있는 홀로그래피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22일 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광자의 모멘트 변화 이용한 세포 조작
이번 연구는 세포를 조작하는 기술을 다루고 있다. 기존에는 미세한 도구로 세포를 직접 이동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의도하지 않은 전기적 제어가 세포에 작용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이에 연구팀은 오래 전 개발된 광학 집게 기술을 도입했다. 광학 집게 기술이란 레이저 광을 조절해 초점을 만들고, 이 초점에 물체를 옮기는 기술이다. 물체를 움직이는 힘은 광자의 모멘트* 변화에서 나온다. 즉, 광자는 굴절됨과 동시에 원래 나아가던 방향을 벗어나는 힘을 받게 된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힘을 받은 광자는 반대로 굴절을 일으킨 물체에 힘을 가하게 되고, 이 힘이 물체를 옮긴다.

 

원하는 물체를 빛의 초점으로 움직여
물체의 위치가 무조건 빛의 초점으로 모이는 이유는 유전체의 움직임과 유사하다. 유전체를 축전기 도체판 사이로 넣으면 유전체는 그 사이로 당겨지는 인력을 받는다. 이는 축전기 사이에 걸린 장과 유전체가 겹쳐지는 면적이 넓을수록 에너지가 안정화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빛의 밝기와 세포 굴절률 분포도가 가장 많이 겹칠 때, 에너지는 최소가 된다. 자연스럽게 굴절을 유도하는 물체가 가장 밝은 빛의 초점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처음 광학 집게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는 빛의 굴절을 예측하기 쉬운 완벽한 구형의 구슬이 실험 대상으로 사용되었다. 세포와 같이 복잡한 물질은 빛이 여러 방향으로 산란되어 합력을 예측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포의 사방에 구슬을 붙여 이 둘을 함께 움직이는 방식도 실험 대상이었으나, 복잡한 과정으로 인해 실패했다.

CT 알고리즘 이용한 3차원 물체 분석
이번 연구는 현미경, 그 중에서도 위상차 현미경의 원리를 접목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했다. 위상차 현미경**은 오래 전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기 힘든 세포들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하지만, 위상차 현미경으로도 3차원 속 세포를 분석하는 연구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당시 전문가들은 형광을 띠는 분자를 특정 단백질에 인위적으로 붙임으로써 어느 위치에 어떤 단백질이 있는지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또한 유전자 조작이나 염색약 주입이 불가피해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현미경과 형광 단백질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CT(Computed Tomography)이다. 연구팀은 오랜 기간 레이저 빛이 세포를 지나가면서 갖는 굴절률을 CT와 똑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분석했다. 단, CT의 X선만 레이저로 바꾸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뒤, 이 사진들을 조합해 3차원 대상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타임랩스로는 세포의 움직임까지 관찰이 가능하다.

세포 등 복잡한 대상에 적용 가능해
연구팀은 이처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광학 집게 기술과 3차원 굴절률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접목해 이번 연구성과를 이루어냈다. 현미경의 굴절률 분석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기존에 합력을 예측하기 쉽지 않았던 복잡한 물체들에도 광학 집게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시간으로 대장암 세포를 빼내거나, 혈액 속 적혈구 2개를 T자 모양으로 조립하는 실험도 끝마쳤다. 박 교수는 “아직은 이번 홀로그래피 기술이 세포 간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지 탐색을 하는 단계이다”라며, “기술의 효용성만 검증된다면, 상업화까지는 단순한 절차다”라고 전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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