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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버블, 개인화 서비스의 이면
[437호] 2017년 08월 29일 (화) 곽지호 기자 jim9611@kaist.ac.kr

 같은 단어를 같은 검색창에 검색해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진다.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SNS는 분명 다르다.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모두 같은 정보를 접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뉴스 피드(News Feed)에는 SNS 이용자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뉴스만 나타난다. 사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특정 내용은 걸러지고, 사용자가 선호할만한 내용만이 먼저 표시된다. 인터넷을 사용한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불리는 이 현상을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사람들이 한정된 정보만을 접하도록 제한하는 필터 버블 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의 보급이 이루어진 현재, 우리는 과거보다 많은 정보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들은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여 개개인의 성향을 맞추고자 노력하였다. 현재 맞춤형 서비스는 인터넷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기기가 확산된 것도 개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데 일조했다. 한 대의 기기를 한 사람만 사용하기 때문에 최적화된 개인화가 가능하며, 전화 외에도 인터넷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들이 모두 하나의 기계 안에 집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검색 엔진 중 하나인 구글(Google)은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사용자가 과거 방문하였거나 검색하였던 기록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SNS의 대표격인 페이스북(Facebook)은 사용자와 최근 ‘좋아요’나 댓글을 주고받았던 친구들의 소식을 먼저 표시해주고, 사용자의 이용 내역을 분석하여 추천 게시물을 제공한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 또한 과거 시청하였던 영상 기록들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을 추천해준다. 심지어 웹서핑 중 화면 하단에 표시되는 광고들 또한 이용자의 인터넷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맞춤형 서비스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필터 버블’이라는 현상을 야기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필터 버블이란 단순히 말해 인터넷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의도치 않게 정보를 거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거르고, 교류하지 않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필터 버블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MoveOn)의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그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환경은 아무리 중요한 정보라고 해도 복잡하거나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정보라면 아예 접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필터 버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필터 버블이라는 개념은 작년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대중들의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편향된 정보 습득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지적하였고, 본격적으로 필터 버블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다.

필터 버블로 인한 문제가 커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하여 정보를 접하는 빈도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진보 진영 지지자가 진보 성향을 띠는 정치적 글, 혹은 뉴스 기사에 ‘좋아요’나 댓글을 남겼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사용 기록이 누적된다면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자동으로 보수 성향의 글을 해당 사용자에게 보여주지 않게 되며 이는 개인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에 우호적인 뉴스만을 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또한 정확한 결과 예측이 어려웠다.
필터 버블이 단점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개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불필요한 정보 사이에 묻힐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필터 버블 현상이 등장하였다. 기존에 축적된 사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필터 버블은 사용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필터 버블로 인한 문제가 더욱 많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이다. 필터 버블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대중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뉴스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걸러지면, 반대 관점의 글들을 접할 기회는 줄어든다. 또한, 필터 버블에 따른 정보의 편향성에 의해 세대 간 갈등이나 집단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필터 버블로 인해 우호적인 정보만을 접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강화되어 집단 간 차별 성향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터 버블은 가짜 뉴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문제점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짜 뉴스란 잘못된 사실이 기사 형식으로 작성된 글로, 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특정 인물을 비방하거나 상업성을 위하여 제작된다. 하지만 해당 뉴스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고 그 내용이 거짓이더라도,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소비하고자 하는 내용이라면 가짜 뉴스는 빠르게 퍼져나간다.

 

필터 버블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기업과 개인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필터 버블 완화 방법은 다양하다. 사용자들에게 편향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은 페이스북은 현재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페이스북 측은 “우리 커뮤니티는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하는 것을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며, 서비스의 일환으로 건전한 뉴스 생태계와 저널리즘이 번창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프로젝트의 배경을 설명했다.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언론사와 페이스북 개발자들의 협력을 통한 뉴스 발전, 저널리스트와 사용자들을 위한 교육과 도구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뉴스 기자들과 기술 개발자들이 함께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용자들이 뉴스를 읽는 능력을 기르도록 지원한다. 또한, 페이스북 측은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페이스북에서의 저널리즘을 지원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언론들 또한 필터 버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사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미국 대선 기간 전, 페이스북의 편향된 뉴스 정보 제공을 비판하며 ‘블루 피드, 레드 피드(Blue Feed, Red Feed)’라는 웹사이트를 신설하였다. 이 사이트에서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기준으로 작성된 기사들을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다. 현재도 총기 소지, 이민, 낙태 등 입장이 갈릴 수 있는 주제들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또 다른 언론사인 가디언(The Guardian)은 ‘Burst your bubble’이라는 뉴스 제공 항목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제공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사용자의 사고 확장을 위하여 보수 측의 입장에서 작성된 기사를 매주 추천해준다.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필터 버블을 극복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여러 입장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해도 그 방법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호하는 경향성인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를 수용하는 개개인이 다양한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려 노력하고, 사회적인 사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터 버블 속에 갇히지 않으려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인터넷 알고리즘은 투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고리즘이 투명하지 않다면 우리는 편향된 정보만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며 한정된 정보 제공이 일으킬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개개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가 결과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필터 버블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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