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시절.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기숙사 방을 같이 쓰던 형이 아무 글이라도 써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라며 일기도 괜찮다고 하셨다. 이왕 쓰는 김에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글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쓰게 된 일기를, 지금까지 써 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있던 일을 나열하듯 했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고민이 있었고 나는 무얼 했고 등을 단순히 적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건의 기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의미한 기록들일지도 모르겠다.
일기를 적으면 적을수록 사실을 넘어서 내게 들었던 감정, 느낌, 생각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고 그걸 일기에 적었다. 열등감이라던가 가난, 갈등, 나 자신, 가치와 신념 그리고 꿈에 대해 사색하며 솔직하게 나와 대화하다 보면, 정말 어떤 때에는 일기 하나를 쓰는데 세 시간으로도 모자랄 정도로 펜을 굴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막상 펜을 놓을 때는 몰랐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얻은 파편들이 모여 내가 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솔직하게 쓰인 글들에는 나 자신의 부끄럼도 수 없이 있었다. 하지만 나를 찾는 여행이 끝난 게 아니기에 앞으로도 일기를 쓸 것이다.
내 글쓰기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다. 하지만 일기를 쓰면서 더 큰 것을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소소히 글 쓰는 재미와 자신에 대한 솔직하고 깊은 통찰을 원한다면, 일기를 써보면서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글이 어떻든 솔직하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 이정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