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엔프랜스 - <파도가 지나간 자리>

 

▲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이별은 커다란 상처로 남는다. 연인의 죽음, 친구의 죽음, 자식의 죽음. 상처는 아픔으로 아려오고, 빈자리는 허전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그 빈자리를 채우고자 다시 사랑을 찾는다. 아픔을 잠깐이라도 위로받고자 또 잃을지도 모를 사랑을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 영웅이었던 톰은, 전쟁의 상처로 사람들을 피해 무인도의 등대지기를 자원한다. 승인 절차를 거치고 등대지기로 들어가기 전, 무인도에 보급품을 주는 마을에서 톰은 이자벨을 만나게 된다. 전쟁의 아픔으로 마음을 닫았던 톰은,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에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하고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함께 섬 생활을 하게 된 둘은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폭풍우가 치는 밤, 두려움에 남편이 있는 등대로 간 이자벨은 굳게 잠긴 문 아래에서 아이를 유산하게 된다. 처음 아이를 잃은 그녀는 이성을 잃어가지만, 톰의 지극한 사랑으로 조금씩 회복한다.
이자벨이 괜찮아질 무렵, 둘은 다시 아이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그녀는, 조산을 하며 두 번째 아이도 잃게 된다. 아이를 모두 잃은 그녀는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넋이 나가, 매일 멍하니 섬을 거닐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남편과 함께 울음소리를 따라간 곳에는 바다에서 떠내려온 쪽배가 있었다. 둘은 배에서 죽은 독일인과 핏덩이인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두 아이를 잃은 슬픔 탓에 아이에 대한 사랑이 절실했던 그녀는, 톰에게 외부에 알리지 말고 아이를 키우자고 한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던 톰이였지만 아내의 아픔을 보았기에 아이를 사랑으로 감싼다.
아이를 얻게 된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이가 6살이 되던 해에 섬에 경찰이 들이닥친다. 톰이 죄책감에 아이의 친모를 찾아 연락했기 때문이다. 톰은 경찰에게 모든 일은 자신이 꾸민 거라며 이자벨을 감싼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잃게 한 톰을 미워하며 매정하게 돌아선다. 경찰에게 아이를 뺏기는 그녀의 울음소리가 영화관을 아프게 채운다.
영화의 끝에서, 싸늘하게 돌아서 버린 이자벨의 마음을 돌린 것은 톰의 진실한 사랑이었다. 그녀는 톰이 남긴 편지를 읽고 그에게 돌아간다. 편지에는 ‘내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당신을 만났고, 당신에게 100년 동안 받을 큰 사랑을 받아서 값진 시간이었어’라고 적혀있었다.
영화 내내 톰과 이자벨은 아파하고 사랑하기를 반복한다. 아픔을 사랑으로 잊어갈 때마다 또 다른 아픔이 닥치고, 아픔은 이내 다시 사랑으로 아물어 간다. 사랑이 찾아올 때마다 또다시 아파할 그들의 모습이 상상돼 안타까워지기도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사랑으로 감싸는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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