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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의견 존중하고 귀 기울이겠다”
[432호] 2017년 03월 28일 (화) 김유빈 기자 betty4003@kaist.ac.kr

4년 임기에 대한 각오를 듣자면
개교 46년 만에 처음으로 동문 총장이 돼 영광스럽다. 많은 분의 기대와 한대 속에서 총장에 부임하게 되었다. 4년 임기를 잘 마치고 퇴임할 때,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는 총장이 됐으면 한다.

총장으로서 가진 교육 철학은
우리나라 교육은 성공 지향적인 교육, 즉 성공하기 위한 ‘기능’만을 가르쳐왔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려면 성공 지향적이 아닌, 가치 지향적 교육이 필요하다. 인생의 목표가 자리나 직업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자, 교수와 같은 자리는 수단일 뿐,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인류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또한, 벤처 창업도 독려하고자 한다. 하지만 단순히 높은 매출에만 집착하는 창업 정신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어떻게 이 돈을 쓸 것인지 가치를 먼저 생각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려고 한다.

교육 혁신으로 제시한 ‘4년 무학과 트랙’은 어떤 정책인가
기존의 무학과를 4년으로 늘리겠다. 정확히 말하면 융합 전공 트랙이다. 기존의 세부 학과들 위에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트랙을 추가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전공을 결정할 때, 무학과 트랙과 기존의 세부 전공 중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의 학과들처럼 전과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학과 제도 아래에서는 낮은 학점에 좌절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따라서, 무학과 트랙에서는 서열을 중시하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많은 과목에 Pass or Fail 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열 중심 교육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3, 4학년 때 어떤 커리큘럼을 따를 것인지, 교재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 하지만 급변하는 기술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적응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해졌다. 이에 기초가 튼튼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할 예정이다. 기초적인 자연과학과 공학, 자동 제어, 프로그래밍, 통계,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을 가르치고자 한다. 여기에 리더십, 기업가 정신, 인문사회 교육도 진행할 것이다. 이런 폭넓고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선 기존의 학과 제도를 넘어서야 한다.

연구 혁신을 위한 정책은?
우리 학교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최초이거나, 유일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우리 학교에서 이런 연구들을 많이 진행할 수 있도록 2가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학제를 초월한 연구 융·복합 매트릭스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3~4개 학과의 교수와 학생이 참가해 융·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임기 동안 10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이다.

또한, 협업 연구실 제도를 도입해 지도교수의 은퇴로 해당 연구실이 문을 닫는 것을 막고자 한다. 기초 과학 분야는 학문의 역사와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한다. 하지만 교수가 30년에서 40년 정도 연구를 하다가 은퇴를 하면 해당 연구실은 연구를 중단하고 문을 닫게 된다. 새로운 교수가 다시 오더라도 기존의 연구가 아닌 다른 연구가 진행되며, 결국 같은 끝을 맺게 된다. 교수가 개개인의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학문의 역사가 쌓이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수 3~5명을 연령별로 배치해 교수 한 명이 은퇴하더라도 연구실이 존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배 교수가 연구의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비를 마련하면, 후배 교수는 연구비 걱정 없이 창의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강제되는 제도가 아니다. 기존의 교수 한 명으로 운영되는 연구실과 협업 연구실을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글로벌 창업 캠퍼스를 위한 밑그림이 있는가
우리 학교를 창업사관학교라고 많이 표현한다. 창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카이스트가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연구를 경제적인 부가가치로 연결하는 진원지가 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창업을 계속 장려해왔지만, 대부분의 창업이 실패하고, 언론에는 소수의 성공 사례만 보도됐다. 이는 낮은 창업 성공률 때문인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 교육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영 능력을 갖춘 학생과 기술을 가진 학생이 공동으로 창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가 정신 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융합 전공 트랙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창업해 전문 경영인이 자본 경영을 맡는 기술 출자 기업의 창업도 유도할 계획이다.

영어 소통이 원활한 글로벌 캠퍼스 구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책은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려면 적극적인 영어 사용을 통해 글로벌 캠퍼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우리 학교 학생들이 모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를 기능적인 면에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능동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학부와 대학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 때문에 배움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어 보충설명이나 요약을 통해 이를 보완할 방안을 생각 중이다. 우리 학교는 최종적으로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사용되는 이중언어 캠퍼스를 꿈꾼다. 임기 안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 대학원생들이 디펜스를 한국어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건물이나 장소를 정해 English-Only Zone을 만들 생각이다. 해당 구역 안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면 커피나 케이크를 제공하는 것으로 영어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 교양과목 확대, 교양과목의 다양성 확보를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이공계 교육은 좌뇌를, 인문사회 교육은 우뇌를 집중적으로 발달시킨다. 하지만 창의력은 뇌 전체를 사용할 때 극대화된다. 때문에, 이공계 대학에서 인문사회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과학기술원에서는 인문사회 분야의 교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DGIST 총장으로 있을 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4대 과학기술원 간의 학점 교환 제도를 도입했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학교를 오가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거리에 상관없이 공부할 수 있는 인터넷 강의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일정 비율의 인문사회선택 과목을 다른 학교에서 들은 교양 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K-MOOC 강의나 다른 학교와의 학점 교류를 통해 인문사회선택 과목을 이수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건 인문사회 교수들과의 상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대학 평의원회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있다면
대학 평의원회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는 단계는 아니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학생들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 이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기존의 교수들로 구성된 평의회가 존재한다. 평의회는 총장이 간섭할 수 없는 독립 단체이므로 대학 평의원회를 위해서는 평의회와의 상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점진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임기 동안에 최대한 노력하겠다. 대학 평의원회 이외에도 학생들과의 소통 채널을 다양하게 구축해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학생들은 계도해야 할 대상”이라고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학생들과의 소통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학생이 계도의 대상이라는 표현에는 오해가 있었다. 학교는 학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학생이 학교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교수나 행정 직원보다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구성원이기 때문에 교육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학생단체 대표자들과 한 학기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고,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총장과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겠다. 또한, 매달 생일을 맞는 학생들에게 미역국과 케이크를 제공하는 Happy Birthday Breakfast with President(가칭) 행사도 진행하고 싶다.

DGIST에 있을 때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메일이 오면 24시간 안에 답장을 보냈다. 카이스트에서도 최대한 빨리 답장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총장인 나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으면 좋겠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존중하며, 귀를 기울이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이 세계를 향한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대학에 진학할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300달러였다. 그 당시 북한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를 향한 꿈을 가지라는 말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는 다르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직전, 경제력 10위권의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를 향해서 비전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71년도에 대학교에 입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각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해야 잘 사용할지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또 학창시절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다. 공부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미래를 향해 큰 꿈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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