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필수과목인 수리과학과 미적분학 I 강의에서, 출석 라이프를 모두 사용한 학생의 경우 어떠한 사유로도 출석 인정을 해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공지되었다. 특히 예비군 훈련이나 징병검사 등 병역으로 인한 결석도 해당돼 관련 법률인 예비군법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미적분학 I 과목의 출석 제도는 출석 벌점을 누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소위 ‘라이프 제도’라고도 불리는 출석 벌점 제도는 수업에 1회 결석을 할 때마다 벌점을 3점씩 부과하고, 출석 벌점이 총 13점 이상이 되면 최종 학점을 한 단계 내리는 방식이다. 즉, 수업에 4번까지 결석하는 것은 결석 사유와 상관없이 학생의 자유이며, 4번 이상 결석한 학생들에 한해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석 점수 관련 공지의 ‘출석반영 기준이 관대하므로 수업에 오지 않으면 (병원 진단서, 행사 참가 확인증 등의 증명서를 제출하여도) 결석으로 처리합니다. (예비군, 징병검사 포함)’라는 조항은 예비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미적분학 I 과목의 코디네이터 교수인 수리과학과 고기형 교수는 위의 논란에 대해 워딩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라이프 제도를 시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거짓으로 결석 사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라이프 제도 역시, 결석을 4번까지 하고 추가로 결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학생이 생기는 등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고 교수는 밝혔다. 이에 수리과학과 측은 라이프 제도 기준을 관대하게 만들어 놓아 수강생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하되 악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본인이 판단했을 때 해당 학기에 예비군 훈련이나 징병검사 등의 일정이 있으면 라이프를 미리 남겨놓는 것이 옳다”라며 학생들이 라이프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아직 학생들에게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네 번의 결석 후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 달라고 한다면 앞선 네 번의 결석 중 무단 결석이 있을 시 결석 처리하겠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나오게 하는 것 또한 교수의 의무”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나오는 분위기가 교내에 형성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 예비군 유상돈 대대장은 미적분학 I 과목에서 병역으로 인한 결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비군법 제10조의2(예비군 동원 및 훈련 관련 학업 보장)에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의 장은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는 학생에 대하여 그 기간을 결석으로 처리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있다. 또 예비군법 제15조(벌칙)에 따르면 제10조(직장 보장) 및 제10조의2를 위반하여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다. 유 대대장은 “국가 차원에서 동원하는 예비군 훈련으로 인해 학생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전했다. 또 유 대대장은 “예비군 훈련 출결 문제는 예비군법에 ‘벌칙’ 조항까지 있을 만큼 강력히 지켜야 할 문제이다”라며 “라이프와는 별개로 조건에 상관없이 항상 학생들에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 학교 이외에도 예비군 훈련이나 징병검사 등을 출석으로 인정해 주지 않은 사례가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재작년 예비군 훈련에 참여한 학생이 조교한테만 결석 사유를 전달하고 교수한테는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으며, 2박 3일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하루만 출석을 인정해 준 사례도 있었다. (관련기사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출석과 맞바꾼 예비군 훈련? 문제는 규정과 절차의 부재>) 이와 반대로 중앙대와 제주대는 학사 규정에 예비군 훈련을 출석 인정 사유로 포함하고 있으며 출석인정서를 제출하는 기간과 방식까지 명시되고 있어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 교과과정운영지침 제22조(교원의 강의)에 따르면 해당 교원은 학생이 병무소집 응소, 가족 상사 등의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사유로 수업출석이 곤란하여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수업계획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과제물 대체 등으로 출석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조건 없이 출석을 인정하라고 확실하게 교칙에 명시하는 것보다는 강제성이 낮으며, 교수의 재량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기준이다.

  이 사안에 대해 교무처와 교학기획팀은 작년 사례를 들며 의견을 표명했다. 작년 가을에 미적분학 I을 듣던 한 학우가 라이프를 모두 사용한 상태에서, 징병검사 일정이 잡혀 수리과학과 측에 출석 인정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학생은 교무처에 민원을 넣었지만, 예비군법의 적용 범위에 징병검사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법률에 따라서는 구제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법의 취지에 맞춰, 학교 측에서는 병역의무를 이행을 위한 편의를 최대한 보장받도록 전달했고 결국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위의 예시와 같이 교학기획팀은 ▲교과과정운영지침 제22조에 해당하는 사안의 경우 수업계획이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과제물 대체 등으로 출석을 인정 ▲병역법 제44조부터 제54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그 소집된 기간을 출석으로 인정 등의 조항을 포함한 <불가피한 사유에 의한 출석 인정 및 처리 관련 안내> 협조문을 각 학과에 보내 숙지하고 관리해 달라고 권고했다. 또한 이번 미적분학 출석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교학기획팀 측에서 문제가 있는지 논의를 해보고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