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학기는 미르관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모두 제가 북측 기숙사를 지원했다가 인원이 넘쳐서 미르관으로 배정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미르관을 직접 지원했습니다. 한때는 수업 장소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기피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직접 선택하게 된 미르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저는 자전거도 없고, 스쿠터도 없는 뚜벅이입니다. 수업을 갈 때 걸어가야 하는데, 미르관에서 강의실까지 늦지 않으려면 이전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이용자가 많은 시간대도 피해야 했으므로 항상 일찍 방을 나서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거기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귀에 꽂고 걸으면 세상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침 수업 시간에 겨우겨우 맞춰 헐레벌떡 들어오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미르관은 책상이 작아 과제를 하기에는 불편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미르관의 위치상, 한 번 방에 들어가면 다시 밖으로 나오는 일이 굉장히 귀찮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제를 다 하기 전까지는 방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전보다 더욱 성실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다 미르관 덕분입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강제적인 환경이 주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바뀝니다. 박하고 치열한 공대생의 삶에 여유와 풍요를 가져다준 미르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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