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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낸 지질시대: 인류세 도입 논쟁
[430호] 2017년 02월 28일 (화) 김승후 기자 mind9063@kaist.ac.kr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미항공우주국(NASA) 등 주요 기후관측 기관들이 지난 1월 19일 공식 발표를 통해 2016년이 지구 기상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고 알렸다. 전문가들은 자연현상에 의한 요인은 10% 정도에 불과하며, 장기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킨 것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효과와 같은 인위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급격한 환경변화가 진행되는 지금, 지구가 인간 활동에 의해 새로운 지질시대에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이를 인류세(Anthropocene Epoch)라 부르며 급격한 환경변화와 오염에 대비한 기술 개발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지질시대 도입여부와 정확한 시점에 관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인류세에 대해 알아보자.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다양한 기준
지질시대는 지질학과 고생물학에서 주요 사건을 바탕으로 기준을 세워 나눌 수 있다. 생물종의 대량 멸종 등 생물계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또 지질시대 경계를 나누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변화를 대표할 만한 표준 층서구역(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 GSSP)이 필요하다. 표준 층서구역은 뚜렷한 변화가 기록된 퇴적층으로 그 지질시대의 시작점이 된다. 표준 층서구역이 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사건에 대한 표식이 층서에 있어야 하고 그를 확인할 수 있는 모식층이 있어야 한다. 또한, 구분되는 시대의 주변에 연속한 적당한 두께의 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층서구역이 보존되어야 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표준화석이 존재하면 표준 층서구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빙하기처럼 급격한 기후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지질시대를 구분 지을 수 있다.


인류세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제기돼
인류는 현재 지질시대 가운데 마지막 시대인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 Epoch) 또는 ‘현세(現世)’라고 하는 지질시대에 살고 있다. 홀로세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인류 문명이 시작되고 급격하게 발달한 시기인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말한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폴 크루첸과 미국 미시간대학교 유진 스토머 교수가 2000년도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들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지구의 역사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주장하며, 그 명칭으로 인류세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다.

지질시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인류세
20세기 이후 급격한 인구 증가와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환경변화가 있었다. 이에 많은 사람이 위기의식을 느꼈고 환경 보존을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인류세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던 이유다. 사람들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적 생존을 위해 ▲환경규제 강화 ▲생산, 소비 조절 ▲재생에너지의 활용 ▲환경 복원을 위한 신기술 개발 등 실천적 담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시대로서의 의미도 갖지만, 인류세라는 용어 자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의견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시작 시기에 대한 여러 관점 존재해
인류세라는 개념을 도입할 수 있더라도 인류세의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다. 특히 홀로세의 의미가 이미 인류 문명의 발달이라는 부분에서 인류세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인류세를 구분하는 경계로는 대표적으로 네 가지의 의견이 있다.

<농경과 산림 벌채의 시작>
인류의 농경 활동 시작은 인간의 식생활을 변화시켰고 다양한 생물의 멸종률이 증가했다. 이런 변화는 생지구화학적 순환 과정이 바뀌는 등 환경 변화로 이어졌다. 생물종의 멸종과 같이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인류세의 시작은 인류 농경 활동의 시작 시기라는 주장을 기후학자 월리엄 루디만이 제시했다.

<신대륙의 발견>
15세기 후반, 유럽인이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 제도에 도착하고 서구 문명이 급속히 팽창했다. 더불어 콜럼버스의 교환이라 불리는 광범위한 대륙 간 교류와 함께 생물군의 대륙 간 이동이 시작되었다. 옥수수, 감자 등의 식물, 인간과 공생하는 동물, 그 외 다양한 생물이 두 대륙 사이를 이동했다. 이 역시 생물종의 대량 이동이 일어나 생물종 변화가 활발했던 시기로, 인류세의 시작점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인구가 95% 감소해 경작지가 대부분 산림화되어 1610년 있었던 이산화 탄소 농도 감소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혁명>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사회 집단 사이의 교역이 증가하게 되었다. 극지방의 빙하 속에 갇혀 있는 공기를 분석했을 때, 18세기 초반에서 19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류의 급격한 발전을 상징하는 시기이자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의의가 있다.

<20세기 인구 폭발>
인구가 급증하고 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구환경 또한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 시기가 1950년대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인구의 증가와 함께 기술화석(technofossil)이라는 전례 없는 오염물질이 발생했다. 기술화석은 플라스틱, 콘크리트, 잔류 농약 등 인류에 의해 생성된 폐기물로 만들어진다. 이는 퇴적층에 쌓여 인류세 화석이 되고 그 퇴적층이 표준 층서구역으로서 인류세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런 기술화석의 존재는 오염물질에 의해 생태계 파괴가 일어났고 인류 생존 조건도 위협받게 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세기는 지구상에 핵무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라는 점도 큰 의의를 갖는다. 과거 지질시대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세슘과 플루토늄 같은 인공 방사성 물질이 급증했다. 인류세 연구위원회에서는 최초 원자폭탄 실험을 실시한 1945년 7월 16일이라는 정확한 날짜까지 제안하며 지질시대의 구분을 주장한다. 핵실험 이전의 인간은 지구에 직접적인 큰 영향을 줄 힘이 없었지만 핵실험 이후, 인간이 직접적으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해졌다는 것이 홀로세와 인류세를 구분할 수 있는 근거이다.


인류세, 홀로세와 구분 짓기 어려워

인류세 도입을 촉구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아직 새로운 지질시대로 인정하기에는 때가 이르며 미래 지질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도 팽팽하다. 이들은 우리가 사는 문명의 시대가 지질학적으로 하나의 시대로 인정될 만큼 다른 지질시대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평균 1,420만 년 정도 기간의 ‘세’ 단위에 비해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는 1만 1000년밖에 되지 않았고 이는 인간에 비유하면 신생아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가 인류세라 칭할 수 있는 시기는 다른 지질시대의 연대 측정 오차범위보다도 짧다. 홀로세의 의미에 이미 인류 문명 발달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지질시대로 구분하기에는 인류세는 홀로세와 겹치는 시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질시대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전지구적 사건에 대한 표식이 존재해야 하는데 인간의 농경 활동 시작이 대륙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인류세 도입 반대 측 의견 중 하나이다. 또 위에서 인류세 도입 측이 주장한 신대륙의 발견 같은 경우도 전지구적 사건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라 반박한다. 마지막 의견인 20세기 인구폭발에 대해서도 기술화석이나 우리가 인류세의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을지를 아직 지켜봐야한다고 주장한다.

인류세는 환경 복원의 시발점
인류세가 기존의 지질시대 구분의 기준으로 고려했을 때 새로운 지질시대로 도입될 만한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 되어왔다. 하지만 인류세의 개념을 단순히 환경의 급격한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과 환경개선에 대한 촉구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인류세의 시작 기준과 논의의 쟁점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학자들은 인류가 환경 변화와 오염을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환경 복원이 이루어지는 미래 시점을 인류세 시작의 기준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온도가 처음으로 감소하는 때를 인류세의 시작 시점으로 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환경 복원의 필요성 인식과 실천에 대한 전 지구적 변화가 일치하는 시기로서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비록 이런 감소세와 환경복원이 머지않은 미래에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지질학적 단위의 시간으로 본다면 그리 긴 기간이 아닐 것이다. 또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전반에 걸친 노력에 따라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인류세 같은 주제가 학계에서 계속 이슈화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환경 개선과 발전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지질시대 구분의 검증뿐 아니라 인간에 의한 기상 이변과 환경오염에 더 관심을 두고 개선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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