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 당장 어릴 적 이웃집에 놀러 가서 놀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현재 우리는 이웃집에 사는 또래 아이와 마주쳐도 무뚝뚝하게 지나칠 뿐이다. 어른들은 점점 사는 게 힘들어진다고, 자기 혼자 살기도 바쁜 세상이라고 말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직접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줄어들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생활에 지루함과 매너리즘을 느끼기 마련이다. 소위 나이 드신 분들이 말씀하시는 정, 인간미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필자는 요즘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새로 생긴 습관이 있다.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인사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들어와도 인사를 먼저 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덕분에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이웃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놀랍게도 그들은 더 밝은, 환한 미소로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다. 나는 그때 비로소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고, 이웃집에 사는 한 꼬마가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이 순식간에 우리 아파트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을 실감했다.

조금 뜬금없지만 올겨울 시즌 4로 다시 돌아온 드라마 ‘셜록’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셜록’은 21세기에 셜록 홈즈가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코난 도일의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드라마 속 셜록 홈즈는 뛰어난 관찰과 추리 능력을 지닌 고기능 소시오패스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 지날수록, 초반의 메마른 감정을 지닌 셜록은 왓슨으로부터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고, 아픔을 이해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이처럼 사람은 주위 환경에 따라 바뀌고, 적응한다. 비록 지금 세상이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 모두 조금만 더 힘을 내고 따뜻한 미소를 옆 사람에게 보여주는 건 어떨까? 필자는 셜록이 왓슨으로 인해 변화한 것처럼 우리 사회도 정이 넘쳐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새벽에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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