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의 훈화에서 항상 빠지지 않던 단어가 있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또는 “여러분 모두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야 합니다.”에서 나오는 ‘리더(leader)’라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리더가 되라고 말하며 리더의 자질이나 올바른 리더상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심지어 현재는 단순히 ‘리더’를 넘어 세계를 향한 ‘글로벌 리더’가 되라고까지 말한다. 자기 소개서 문항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리더십 경험이다. 이제는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는 우리에게 리더가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의 압박이 나는 어딘가 불편하다.

판단력, 책임감, 그리고 때로는 카리스마로 집단을 이끌어 나갈 ‘리더’는 정말 중요한 자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될 수는 없다. 아니,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어떤 사람은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또 어떤 사람은 무거운 책임 의식 때문에 리더가 되기를 꺼린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리더가 아닌 집단의 구성원 중 한 명, 팔로워(follower) 또는 지지자로 남는다. 한 집단에서 각자의 자리는 이렇게 개개인의 능력이나 성격, 가치관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지위를 통해 그 사람의 총체적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집단이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뿐만 아니라, 리더를 따라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훌륭한 지지자들도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사람마다 집단 내에서 각자 빛날 수 있는 위치가 있다. 그리고 단순히 지지자가 리더보다 낮은 자리라는 편견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사회는 계속해서 지지자들에게 리더로 거듭나길 강요한다.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분명 리더가 지지자보다 더 높은 위치, 더 우월한 자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지지자를 ‘이인자’, 리더를 ‘일인자’라고 부르며 이들을 리더보다 덜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 나는 이 같은 사회의 분위기가 많은 사람들의 꿈을 가치절하 시킨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그저 단란한 가정을 꾸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큰 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혹은 포부가 없다고 다그친다. 그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주변의 리더들을 보며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리더가 되라’는 획일적인 목표는 올바르지 않다. 그리고 리더라는 목표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대신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빛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가 아닌 꿈 역시 가치가 있고, 그들의 방향도 틀리지 않았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렇게 각자의 꿈이 존중 받고 각자의 자리가 박수 받을 때, 훌륭한 집단, 나아가서는 훌륭한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리더와 보스의 차이는 보스는 ‘가!’라고 말하고 리더는 ‘함께 가자’라고 말하는 데에 있다.” (tvn, <어쩌다 어른 - 최민준 편> 중 김상중) 즉, 올바른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길을 강요하지 않고, 구성원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리더에게 지지자들과의 수평적 위치를 강조함과 동시에, 리더가 지지자들보다 높은 위치라는 사회적 인식은 매우 역설적이다. 리더는 지지자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최고의 목표이자 명예라는 그릇된 생각 역시 깨야 한다. 모두의 자리는 응원 받아 마땅하고, 똑같이 존중 받을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될 수는 없고, 그렇기에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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