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학부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 비상대책위원회 간부 총사퇴 후 우리 학교 내의 동아리 관련 업무는 모두 중단되었다. 그 후 1년 동안 동연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지만, 학생사회는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양상이 될 모양이다. 제31대 학부 총학생회 <품>은 공약으로 동아리 연합회 재건을 들고나왔다. 지난달 17일 제1차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는 동아리연합회 재건설 준비위원회(동연준비위)를 인준한다는 안건도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날 전학대회에서는 동연준비위를 인준한다는 안건만 통과된 것이 아니다.

이 날 전학대회에서는 기존 동연 회칙을 전면 폐기하고, 동연준비위에 학생회칙에서 명시하고 있는 동연 회칙의 제정 권한을 부여한다는 안건이 통과되었다. 동연 회칙 개정안의 발의, 심의 및 의결은 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동대회)의 권한이지만, 현재 동대회 구성이 불가능하므로 회칙을 초월한 기구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해당 안건의 통과로 동연준비위는 동연 재건에 있어 가장 강력한 칼을 쥐게 되었다. 하지만 그 칼이 얼마나 학우들의 생각을 반영할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동대회 구성이 불가능하므로 해당 안건은 전학대회에서 통과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전학대회 대의원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표결하기 전에 각자가 대표하고 있는 집단의 의견을 듣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의문이다. 기존 동연 회칙을 전면 폐기하고, 동연준비위에 초월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는 해당 안건은 빠른 의사결정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일 수 있지만, 동연준비위가 어떤 회칙을 제정하더라도 동연의 회칙으로 제정된다는 점에서 큰 위험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학대회 대의원들은 이런 중요한 안건을 학과 차원에서의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시켰다.

학과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우리 학교 학우들이 동연 회원인 만큼, 해당 안건은 학과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후 해당 학과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의 표결이 이뤄졌어야 했다. 전학대회는 대의원 개인의 의견이 아닌 각 학과의 의견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을 비롯한 전학대회 대의원들은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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