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의 마지막 해가 뜹니다. 마지막 밤은 아쉬운 기분이 들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떠오르는 해를 마주할 때까지도 별 감흥이 들지 않습니다. 지난 3년간 봐온 풍경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요. 어지러이 널브러진 신문, 몇 번이고 수정선을 그어댄 기사 더미, 업무를 끝내고 쓰러진 기자들. 연말까지도 신문사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매일이던 일 년, 그렇기에 돌이켜보면 기자로서 아쉬움과 한 단체장으로서 죄책감만이 무수히 남은 2016년이 끝나갑니다.
2016년, 지난 3년간 제가 받은 가르침만큼, 입은 은혜만큼 모두에게 보답하지 못해 죄스런 한 해였습니다. 이미 늦었을지 모르지만, 염치 불고하고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사과의 말을 전하려 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한 선배가 말했습니다. 기자는 문제를 포착해내는 사람이라고, 항상 학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그런데도, 한 해 동안 지면에 담아내지 못한 목소리가 많습니다. 소중한 가르침을 헛되이 잃어버려 조언을 주신 선배님께, 부족한 편집장 때문에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을 기자님들께, 상처받았을 학내 구성원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재작년 이맘때쯤엔 다른 선배는, 화는 내되 짜증은 내지 않는 사람이 되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동안은 그 말씀을 실천할 기회도, 필요도 느끼지 못해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 말씀의 무게를 느낄 때쯤에는 이미 너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 뒤였습니다. 제 부적절한 태도 때문에 피해받았을 신문사 구성원분들께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이제 신문사에서의 마지막 해가 집니다. 이 해가 지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해가 뜰 것입니다. 다만 저는 더는 편집장으로서 활동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편집장으로서 몇 마디만 더 남기려 합니다.
먼저 남은 신문사 기자 여러분. 신문사를 잘 부탁합니다. 부족한 저였지만, 과거의 신문사와 여러분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만은 제대로 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독자 여러분. 앞으로도 저희에게 계속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지적을, 저희에게 제보할 것이 있다면 연락을 주십시오. 카이스트신문은 항상 여러분에게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이 글이, 여러분에게 작은 의미로라도 맞닿았으면 합니다. 저희가 활자로 새겨놓은 이 글이, 그저 여러분의 스쳐 가는 기억으로 사라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 모두, 희망찬 2017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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