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운영이 최순실과 그를 둘러싼 비선실세들에 의해 농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쌓였다. 연일 폭로되는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극소수의 비선실세들에 의해 자행된 경악스러운 국정 농단의 실상들을 목도하면서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국격의 추락과 국가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 사회단체 등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학교 학부 총학생회도 지난달 27일 시국 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박근혜 KAIST 명예박사 철회 촉구 대회’를 거행했다.
이번 국정 농단 사건이 보수와 진보, 사회 계층과 지역을 넘어선 전국민적 관심과 분노의 대상이 된 만큼, KAIST 구성원 역시 의견을 밝히고,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총학과 원총이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가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시국선언과 촉구 대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본지도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이번 사태가 하루 이틀 안에 끝날 사안이 아닌 만큼,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는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숱한 도전과 난관에 직면했지만, 잠시 흔들릴지언정 결국은 슬기롭고 현명하게 극복해왔다. 이번 사건도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아 그 규모와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번에도 우리 국민은 어떻게든 힘과 지혜를 모아 국난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 이번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되지도, 임명되지도 않은 비선실세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를 빼돌린 데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학교의 운영과 의사 결정 과정에 효율성과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2008년, 우리 학교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공대 출신 정치인으로서 우리 학교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고,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전임 총장과 소수의 보직교수들이 결정한 사안이었다.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들은 지금도 그때 왜 유력 정치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는지 알지 못한다. 8년 전 우리 학교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작은 이익’을 기대하고 유력 정치인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이제는 우리 학교의 크나큰 오점으로 기록되고 만 것이다. 학생들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철회를 요구한 만큼, 학교 당국에서도 신중히 검토해 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공표해야 할 것이다.
내년 2월 강성모 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우리 학교는 현재 신임 총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정관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총장 발굴 위원회의 활동이 끝났고, 지금은 그다음 단계인 총장 선임 위원회의 활동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여 학내 구성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학내 구성원들은 신임 총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번 국정 농단 사건을 계기로 우리 학교의 운영에서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는 것은 없는지 차분히 검토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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