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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의 서울밤도깨비 야시장, 도시의 밤을 밝히다
[426호] 2016년 10월 05일 (수) 최찬양 기자 tjstod8856@kaist.ac.kr

다른 가게들과 달리, 저녁이 가까워지면 장사를 준비하는 곳들이 있다.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내놓는가 하면, 잡화나 골동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 야시장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근대 야시장은 1926년 여름 서울 종로 거리에서 처음으로 열린 후, 전국적으로 퍼져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현재의 야시장은 과거와 달리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문화행사, 거리공연 등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체험의 장소가 되고 있다. 이런 야시장 중의 하나인 서울밤도깨비 야시장으로 떠나보자.  

 

허전했던 목동 운동장 야시장

오목교역 3번 출구로 나와 목동 운동장 쪽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매캐한 매연 대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냄새를 따라 커다란 돔형 건물 아래로 가면 레포츠 & 익스트림 마켓 테마로 열리는 목동 운동장 야시장이 있다.

주차장 공간에 세워진 야시장은 상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둥근 잔디밭 밖으로 푸드트럭이 20여 개정도 늘어서 있었지만, 줄이 이어진 곳은 없었다. 한쪽에 모여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외롭게 놓여 있었다. 종합안내소 옆으로는 작은 텐트와 놀이기구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었지만, 관심을 두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 단위로 보드나 자전거 등의 탈것을 갖고 놀러 나오거나, 잠시 음식만 사러 온 커플이 대다수였다. ‘왁자지껄’이라는 수식어보다 ‘한적하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가족과 함께 텐트에서 쉬고 있던 양재준(38) 씨는 “홍보가 잘 안 된 것 같다”라며 “좋은 공간인데 사람이 별로 없어 썰렁하고, 가족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적어 아쉽다”라고 전했다.

저녁 7시가 되자 종합안내소 옆 검은색 무대에서 예술 공연이 시작됐다. 인디 밴드 3팀을 초청한 무대에는 앞줄을 겨우 채울 정도의 관객밖에 오지 않았다. 대부분은 멀리서 음식을 사 먹으면서 잠깐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행사장의 끝에는 자전거가 여러 대 놓인 가판대가 있었다. 레포츠와 익스트림 마켓이라는 테마에 맞춰 마련한 자전거 수리점이다. 판매대 위에는 자전거 제품을 팔고, 안쪽에서는 사람들이 맡아놓은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었다. 자전거 수리점 옆에는 지역주민들이 판매자가 되어 물건을 팔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았다. 야시장이라는 느낌보다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원 같은 공간이었고, 레포츠와 익스트림 마켓이라는 테마가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여의도 야시장, 도심의 여유를 담다

붐비는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사람들이 출구 앞에 즐비하게 서 있다. 한강에서 먹을 음식을 배달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면 돗자리와 먹을거리를 파는 매대가 있고, 그 사이로 하늘빛을 담은 한강이 보인다. 한강으로 내려가 왼쪽으로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거리공연이나 예술공연을 구경하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폭죽을 쏘거나 강바람에 연을 날리는 사람들도 있다. 돗자리를 깔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가만히 한강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을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밝은 불빛 아래 천막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여의도 월드 나이트 마켓에 도착해 있다.

여의도 월드 나이트 마켓은 시끄러운 시장통이었다. 사람들은 양쪽 천막 사이를 꽉 채울 만큼 많았으며 푸드트럭 앞의 줄은 반대쪽 푸드트럭까지 늘어서 있었다. 수제품을 파는 벼룩시장 앞에는 사람들이 가득 서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행렬은 야시장의 끝까지 이어졌다.

사람으로 가득한 야시장에서는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노란 불빛을 환히 밝힌 야시장에서 음식을 들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도 사람들은 짜증보다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시장에서 벗어나 한강 쪽으로 내려가면 시장과는 다르게 편안한 분위기다. 사람들은 음식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한강을 바라보고 있거나, 물빛무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있다. 친구들과 같이 한강을 바라보고 있던 이철민(20) 씨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 친구들과 함께 와서 쉬고 있으니 다른 걱정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쌀쌀한 한강바람마저 잊게 하는 따뜻한 분위기의 야시장이었다.

 

   
북적이는 여의도 월드 나이트 마켓
노을이 진 여의도 야시장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고 있다.

청춘의 낭만이 가득한 DDP 야시장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오면 DDP의 축소모형 앞쪽으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솟아있다. 건물을 따라 나 있는 빛나는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서면, 터널 같은 DDP 건물 아래에 젊은 기운이 가득한 야시장이 보인다. 밝은 천을 둘러싼 매대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바닥의 조명은 시장을 환하게 밝힌다. 청춘들은 좁은 통로 사이를 오가며 유리나 돌 공예품 등의 수제품을 구경하고 있고, 몇몇은 통로에 위치한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터널을 지나오면 바로 옆에서 기타 줄을 튕기며 거리공연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기타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공연이 시작되자 노랫소리와 호응 소리가 시장을 가득 채운다.

거리공연 공연장 반대쪽에는 푸드트럭이 늘어서 있다. 푸드트럭을 따라 길을 돌다 보면 테이블이나 돗자리에 앉아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고 있는 젊은 연인들이 보인다. 연인과 함께 앉아 있던 신진솔(24) 씨는 “날씨가 좋은 날에 이렇게 먹을거리를 들고나올 수 있어서 좋다”라며 즐겁게 말했다. 한 바퀴를 다 돌 때쯤 아래를 바라보면 하얗게 빛나는 LED 장미정원이 보인다. 난간 아래 넓게 펼쳐진 장미정원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바퀴를 마저 돌아 푯말을 따라 DDP 건물로 가면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간다. 밝은 빛이 가득한 세련된 도시 속에 옮겨 놓은 DDP의 야시장은 청춘들의 추억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밤도깨비 야시장을 제외하고도 전국적으로 많은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부산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상설야시장인 부평 깡통 야시장이, 전주에서는 한옥마을을 테마로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대구에서는 올해 지역발전을 목표로 서문시장 야시장이 개장되었으며, 대전에서는 지역 경기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야시장 활성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야시장들은 먹거리뿐 아니라 특색 있는 문화행사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주며 건전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시끌벅적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는 어두운 밤, 지친 사람들에게 하나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밤이면 색다른 추억을 쌓으러 야시장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 서울특별시 소상공인지원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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