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로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것은 1988년 3월 1일 이후로,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따로 내진보강이 없으면 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지진에 얼마나 대비되어 있는지, 대응 매뉴얼은 갖춰져 있는지 알아보았다.

 

낡은 건물들과 낮은 내진율

소형 건축물을 제외한 우리 학교 내진율은 약 35.4%에 불과했다. 총 93개 건물 중 23개 건축물에는 신축 당시 관련 법규에 따라 내진설계가 되어있고, 나머지 70개 중 42개 건축물에는 내진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나머지 28개의 건축물은 부지가 500제곱미터 미만이거나 3층 미만 건축물이어서 현행법상 내진설계가 의무가 아니다. 우리 학교 건물은 대부분 준공된 지 30년이 넘어 심각하게 낡았고, 내진설계 관련 법규 제정 이전의 건물이 많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지속해서 증대하고 있다.

우리 학교 건물 중 KI 빌딩,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 장영신 학생회관 등 대형 건축물에는 관련 법규에 따라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우들이 거주하는 사랑관, 진리관 등 학사 기숙사, 세종관 등 석박사 기숙사, 학우들이 주로 이용하는 북측의 학사식당, 학생회관 등의 건물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강한 지진 발생 시 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하지만 내진보강을 하기 위해선 내진성능평가에 26억 원, 실제 보강에는 248억 원의 예산이 소모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학교 시설팀은 “우리 학교 건물들은 심각하게 노후된 건물이 많아 내진보강을 단독으로 시행하긴 곤란하다”라며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석면 자재, 건물 에너지 성능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리모델링 사업과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올해 우리 학교 시설 유지·보수에 편성된 예산은 약 80억 원이다. 이에 우리 학교는 정부에 지속해서 예산을 요구해 내진보강을 점차 시행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대처에 불안감 느끼는 학우들

우리 학교는 이번 지진에 따른 피해는 접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는 지진 발생 시 재난안전상황실(안전팀)에서 지진계측기의 감지 규모에 따라 안내와 경보 방송을 진행하는 비상 방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안전팀은 지금까지 경보 방송 송출 기준에 달하는 규모(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고, 이번 지진은 진도가 다소 미약해 모든 건물에 경보와 안내방송을 내보는 것은 자칫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경보와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내 방송이 없어 혼란스러웠다는 학우들도 있었다. 한융희 학우(생명화학공학과 15)는 “지진 발생 직후 카카오톡도 되지 않고, 인터넷 접속도 불안정했다”라며 “방송을 통해 상황을 안내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안전팀은 앞으로 자동 방송 설정값을 낮추어 앞으로 규모가 3.5 이상인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경보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교내 비상방송 장비를 정비하도록 후속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대처 매뉴얼은 안전팀이 제공해

학생 기숙사의 경우, 학생 복지팀은 “기숙사 단독 매뉴얼은 없다”라고 전했다. 실제 상황 발생 시 학교의 전체적인 재난 정책을 따르는 것이 상호 간 혼란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학생 복지팀에서 언급한 학교의 지진 매뉴얼은 우리 학교 안전팀에서 ‘KAIST EMERGENCY GUIDE’ 형태로 제공한다. 하지만 지진에 관련된 내용은 한 쪽 정도로 간략하게만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안전팀은 구성원 불안 해소 및 신속 대응을 위해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을 포스터나 유인물로 제작해 모든 건물에 배포·부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측 사상 유례 없는 지진과 여진으로 학우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의 안전 매뉴얼 개선과 내진보강을 통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재해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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