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대전 유성구 구성동에 있다. 바로 옆에는 충남대학교를 접하고 있으며, 서울까지는 정부 청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약 2시간이 걸린다.

어떤 일이든 결국 자기 자신이 하기 나름이라지만, 우리 학교에 다니면 다닐수록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주 가까이 있는 충남대학교와의 교류도 체감상 매우 적으며, 사실상 거의 날마다 우리 학교 반경 몇 km 안에서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일과 생활이 바쁘고 기숙사 생활을 하므로 이 몇 km 밖을 벗어날 기회가 별로 없다고 해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리라.

산업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며 어느 학문보다도 사람을 잘 알아야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는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이 학교에 진학했다. 다양한 경험도, 사람들도 많이 접하지 못한 우리는 아이디어를 낼 때도 항상 우리 주위에 존재하던 것들에 대해서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느 교수님은 이런 우리를 보시면서 통탄하셨다.

그 교수님은 우리 과 학생들이 다른 디자인 학교들에 비해 돈을 거의 내지 않고 학교에 다니니 그 돈을 우리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서울로 전시와 페어를 다니고 잡지와 책을 빌리고 사서 읽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 말라고 하셨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디자인과 작품을 접하고, 이로 인해 우리의 안목은 넓어지고 시야는 깊어질 것이라고.

과 워크샵의 강연에서 어떤 선배님은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외부에 자신을 보일 기회가 적다고 했다. 다른 학교는 외부로 나가 다른 학교의 사람들, 교수님,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교류하는 기회가 많다고 한다. 그 선배님은 수업 중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학교 내에서만 평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분명 우리 학교는 교통적으로 고립되어있다. 위치적으로도 서울과 떨어져 있다고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위치하는 학교들보다 서울에 위치하는 미술관과 먼 것은 사실이다. 시야와 안목을 넓히는 데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그러한 위치적 고립도, 교통적인 고립도 아니다. 고립되었다고 말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우리의 심리적 고립이 우리 자신을 스스로 가두고 있다. 귀찮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더 넓은 세상을 만날 기회를 져버린 채 늘 살던 일상을 사는 것이 과연 우리의 청춘과 가능성에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젊은 날, 빛나는 청춘을 이곳에 그저 고이게 하지 않고 더 큰 세상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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