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접한 지 이제 갓 1년 반을 넘겼지만, ‘술의 맛’이 무엇인지는 사실 잘 모른 채 그저 취하기 위해, 또는 분위기에 취해 마시곤 했다. 하지만 점점 단체로 우르르 몰려가 마시는 술자리가 불편해지고 어색해지면서, 나는 술자리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술자리에서 멀어지면서 술의 맛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유행인 모양이다. <혼술남녀>의 주인공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다양한 안주와 함께 혼자 술을 마신다. 음식이 술을 더욱 맛있게 하며, 술이 음식을 더 맛있게 한다. 가끔 친구와 새우 과자를 안주 삼아 종이컵에 기울이는 소주 한잔도 즐겁지만, 좋은 안주에 좋은 술이 함께한다면 그것만큼 멋진 삶의 낙도 없을 것이다. 가끔씩 과제에 치이고 삶의 짐이 무겁게 느껴질 때, 맛집에 찾아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을 먹으면 하루의 고단함이 보상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술은 입을 경쾌하게 한다. 술은 마음을 털어놓게 한다. 이리하여 술은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가끔은 시끄러운 술집에서 부딪히는 술잔보다 좋아하는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마시는 술이 그리운 법이다. 지나치게 취해 언성이 높아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지만, 그간 못했던 대화를 나누거나 꼴 보기 싫은 친구를 안주 삼아 씹으며 술 한잔 하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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