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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유토피아를 향한 침공 끝에
마이클 무어 - <다음 침공은 어디?>
[425호] 2016년 09월 27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우리나라에 지친 이들은 종종 다른 국가에서의 삶을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장점을 모조리 우리나라로 수입해 오면 이상적인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발칙한 상상을 미국의 다큐멘터리 작가 마이클 무어가 영화로 옮겼다. 그는 성조기를 들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좋은 제도들을 취하고, 그곳에 성조기를 꽂는다. 자국을 위한 건설적인 침공을 시작한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유럽의 여러 선진국을 여행하며 그들의 사회적 분위기나 높은 삶의 질을 조명한다. 이탈리아 회사들은 직원에게 휴가를 자주, 그것도 유급으로 보장해준다. 독일은 노동법을 엄격하게 지켜, 노조의 크기도 아주 크고 노동자들의 사생활 역시 충분히 보장된다. 슬로베니아는 대학 등록금이 전액 무료고, 교육의 질 또한 아주 높다. 마이클 무어가 슬로베니아의 한 대학을 찾아가 대학생들에게 빚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빚이 있는 학생은 그 학교에서 단 한 명, 그마저도 미국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마이클 무어는 유럽의 선진 제도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와 대비되는 미국의 부끄러운 모습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범죄자들의 인도적인 수감생활을 보장한다. 모범수들의 감옥은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고, 가장 엄격한 교도소에서도 죄수들은 모두 자기 방의 열쇠를 가지고 다닌다. 마이클 무어가 인터뷰한 한 죄수는 감옥에서 지원해주는 철학과 복지 수업을 수강하고, 복역을 마치면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밝힌다. 이와 나란히 마이클 무어는 미국 경찰들이 흑인을 곤봉으로 구타하고, 이미 무력화된 죄수를 옷이 찢어질 정도로 거칠게 진압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미국 사회의 병폐는 극명한 대비 아래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마이클 무어가 아무리 유럽의 유토피아적 면모를 강조해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환경과 정신적 가치, 정치적인 상황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냥 유럽을 찬양하며 미국 사회를 깎아내리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의문을 품는 관객들을 위해 아주 큰 반전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조명한 유럽의 복지제도, 범죄자들의 인도적 대우,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 모두가 미국에서 처음 고안된 아이디어였던 것이다. 미국이 필요했던 것은 다른 나라로의 ‘침공’이 아니라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주울 수 있는 ‘분실물 센터’였을 뿐이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근대화의 급물살을 타면서 많은 가치를 잃어버린 나라이다. 뒤를 돌아 한번 우리나라의 분실물함을 열어보도록 하자. 그 속에 우리가 찾던 가치가 이미 놓여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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