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디자인, 미니멀리즘과 인간성의 절묘한 조화
상태바
덴마크 디자인, 미니멀리즘과 인간성의 절묘한 조화
  • 고기영 기자
  • 승인 2016.09.27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단순하고 유기적인 덴마크 디자인은 분명 따스하고 인간적이다. 척박한 자연환경 탓에 실내에서 주로 지내야 했던 덴마크인들은, 단순히 아름답기보다는 실용적이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장인정신과 미니멀리즘, 그리고 인체에 대한 이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덴마크 디자인은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덴마크 디자인의 역사와 대표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고전에 기능성을 더하다

덴마크 디자인에는 전반적인 공통점이 있다. 표현 방식은 다를지언정, 그들은 대부분 기하학적 단순함과 실용성, 유기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로얄 코펜하겐 자기들은 이 전통의 시발점이다. 그들의 대표적인 양식인 ‘블루 플루티드’는 자기에 오직 파란색으로만 그림을 그려 넣은 제품이다. 제품 하나당 장인 하나가 그림을 그려서 섬세함을 추구했지만, 동시에 파란 물감만 사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본격적인 덴마크 디자인은 1900년대, 덴마크 현대가구디자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카레 클린트에서 시작됐다. 서유럽에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산업적인 디자인을 추구할 때, 클린트는 전통에 기반을 둔 독자적인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는 고전 그리스의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인체 비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전 가구를 실용적이고 현대적으로 개량했다. 그의 대표작인 <레드 체어>는 영국의 전통 의자를 개량한 것으로, 튼튼하고 직선적인 목재 틀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적갈색 가죽이 어우러져 단순하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황금기를 맞이한 덴마크 디자인

1920년대 들어서 덴마크 디자인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산업화한 소비문화에 질린 대중에게, 전통과 현대적 감성을 고루 갖춘 덴마크의 디자인이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을 총괄한 SAS 로얄호텔은 덴마크 디자인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그는 건물 안의 모든 사물이 일관된 맥락 아래에 설계되어야 한다 주장하며, 호텔의 식기, 문고리, 의자를 독특하고 날렵한 곡선 형태로 디자인했다.

특히 그가 호텔을 위해 디자인한 <SAS 로얄호텔을 위한 에그 체어>는 유기적 형태의 전형을 보여준다. 튼튼한 회전식 지지대 위에 달걀을 반쯤 깨뜨린 것 같은 좌석이 결합한 이 의자는, 단순하면서도 견고하다. 또한 인체공학적인 의자의 곡선은 몸을 감싸 안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폴 헨닝센의 작품은 전등에 덴마크 디자인이 적용된 결과를 보여준다. 19세기 말, 석유 램프를 대체한 전등은 빛이 지나치게 강해 종종 불편함을 주었다. 헨닝센은 장식적인 용도로만 사용되던 전등 갓을 새롭게 디자인해, 어떤 각도에서도 전등이 직접 보이지 않지만, 빛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전등을 만들었다. 수십 개의 금속판이 솔방울 모양으로 절묘하게 부착되어 빛을 퍼뜨리는 그의 대표작, <PH 아티초크 램프>를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켜온 가치에 새로움을 더하다

현대의 덴마크 디자인 역시 과거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맞아 새로운 소재와 감각을 도입했지만, 그들의 디자인에는 여전히 인간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네모난 고무 상자의 끝을 접어 만든 울레 옌센의 <설거지 볼>이나, 독특한 조립식 타일 형태의 칸막이인 크바드라트의 <구름>은 새로운 소재를 다루는 그들의 감각을 보여준다.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보리스 베를린과 폴 크리스티안센의 의자, <리틀 노바디>는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비록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들의 디자인은 여전히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가구 외에도 브로치, 식기, 장난감 등 덴마크 디자인이 반영된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전시장 끝에 배치된 의자들에 실제로 앉아 편안함을 몸소 느껴볼 수 있다. 비록 디자인에 관심이 없더라도 단순함과 기능성, 그리고 유기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장소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기간 | 2016.9.10. ~ 2016.11.20.
요금 | 10,000원
시간 | 11:00 ~ 20:00
문의 | 02)580-13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