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사랑은 설렘으로 시작하나,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변해간다. 보통의 사랑 소설과 TV 드라마는 사랑싸움 정도를 담을 뿐, 연애 혹은 결혼 후의 현실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제목처럼 남녀의 낭만적인 연애와, 그 후 소위 말하는 콩깍지가 벗겨진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책은 연애부터 결혼, 출산과 외도까지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석을 제시해 사랑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주인공 라비는 매력적인 커스틴과 운명 같은 사랑에 빠져 평범하고 낭만적인 연애를 한다. 사랑이 무르익은 아름다운 순간에 라비는 커스틴에게 청혼하고, 그들은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그 후 그들은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자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면 서로의 탓을 한다. 직장에서는 중대한 갈등도 이견을 수용하고 참을성 있게 해결해 나가면서, 연인과는 한없이 사소한 문제로도 싸운다. 또한, 성격 차이 이외에도 서로의 사랑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는 등 결혼생활에 있어 여러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결혼의 참 의미를 깨닫는다. 아이가 생기고 외도 욕망도 느낀 뒤, 비로소 주인공은 자신이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그는 결혼과 행복이 불완전하고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불안이라는 사실을 알고,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행복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가르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잘 맞지 않는다고 가슴 깊이 인식하기 때문에, 그는 마침내 결혼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책에서는 부부의 사랑이 겪는 질곡들을 보여주며, 사랑과 결혼의 현실적인 모습이 생각만큼 아름답지는 않다 말한다. 하지만 부부의 이야기는 결혼이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무모한 도전임에도 인류가 예부터 사랑하고 결혼했던 이유를 시사한다. 비록 결혼 후의 사랑이 낭만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결혼을 통해 성숙해지는 그들의 모습은 풋풋한 사랑보다도 의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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