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의 알몸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각 언론사에서는 학생들의 지나친 뒤풀이 행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이 사건을 철없는 선배들과 철없는 후배들이 벌인 ‘막장 졸업식 문화’라고 단순화하기도 한다. 관련기사의 댓글 중 대다수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도덕적 기준을 내세워 비난하고 있으며, 인신 공격적인 발언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단순히 소수의 문제 있는 학생들의 생각 없는 행동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거리는 공적인 영역이고, 따라서 당연히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옷을 입어야 한다. 이는 단지 졸업을 하는 중학생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사회적 묵계이다. 하지만, 일명 바바리맨을 보았을 때의 반응과 알몸 졸업식을 하는 중학생을 보았을 때의 반응은 전혀 다를 것이다. 물론 두 경우 모두 불쾌하다. 하지만, 그 불쾌감의 원인은 다르다. 알몸 졸업식을 보았을 때 불쾌감을 느끼는 주된 이유가 그들의 알몸을 보고 성적 수치감을 느껴서라든지, 밀가루와 계란 때문에 길거리가 지저분해져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보다는, 졸업식 뒤풀이는 세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라는 점에서 보수적인 기성세대는 그와 같은 바뀐 세태에 대해서 불쾌감을 느낀다.

중학생들의 졸업식 문화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교복에 밀가루를 던지고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풍속은 일본강점기에 대한 반발감이나 억압에 대한 반발에 근거했다. 당시에는 교복이 일본강점기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에는 길거리에서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을 던지는 행위가 굉장한 파격이었고, 비행 청소년이나 하는 행동으로 비판받았다. 현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 세대 학생에게는 옷을 벗는 것이 그 당시 학생들이 밀가루를 뒤집어썼던 것과 비슷한 의미일 수 있다. 다만 기성세대가 이를 이미 전통이 되어버린 밀가루 세례보다 더한 파격으로 받아들인 것뿐이다.

이는 도덕주의가 파괴될까 우려하는 기성세대의 위기의식에 기인한다. 정숙해야 할 학생이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금기를 깨는 일이다.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도 옷을 벗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언론매체나 누리꾼들의 반응도 이와 같은 면을 잘 반영한다. 과거에는 문제시 되지 않았던 졸업식 뒤풀이가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즉 정숙해야 한다는 명제에서 벗어나자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도덕적으로 비판받는다. 하지만, 도덕주의에 기반한 사태의 단순화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가치관에서 이런 행동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일 것임에도, 그들이 어떤 이유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들의 가치관에서 이 뒤풀이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는지는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졸업식 뒤풀이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재미있었어요, 하나의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태어나서 한번밖에 못하는 것이니까요” 이미 당사자들에게 알몸 졸업식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일 뿐이다. 그들의 가치관으로 ‘알몸’ 졸업식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도덕적 문제가  아니다. 즉, 학교 측과 경찰의 제제를 통해 그들의 ‘알몸’ 졸업식을 막더라도 그들의 가치관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와 같은 가치관이 만연하게 된 오늘날의 세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행동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기성세대의 도덕관념에 비추어 이들을 비난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멈추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 문화를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답안을 발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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