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정체된 삶을 사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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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정체된 삶을 사는 이들에게
  • 최찬양 기자
  • 승인 2016.08.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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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 <태풍이 지나가고>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인생은 마냥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렸을 적 장래희망란에 적은 꿈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기도 한다. 내일 하루를 계획하더라도, 자신의 게으름으로 인해 무산되기도 한다. 이런 제멋대로인 인생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영화는 이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보여준다.

료타는 소설가이자 사설탐정이다. 사설탐정으로서 돈벌이를 하지만 경륜과 복권으로 모두 날리는 것이 일상이다. 돈을 날리고 나면 료타는 어머니 댁을 찾아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긴 유품들 중에 돈이 될만한 것이나, 어머니가 숨겨둔 비자금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료타는 번번히 어머니 집에서 금전을 마련하는 것을 실패하고, 오히려 어머니에게 돈을 쥐여준 채 누나에게 돈을 빌리러 가기도 한다.

료타에게는 전 부인 쿄코와 아들 싱고가 있다. 금전 문제로 헤어진 료타는 양육비를 조건으로 한 달에 한 번 아들과의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돈을 날린 료타는 양육비를 주지 못해 쿄코에게 핀잔을 듣고 겨우겨우 아들과의 시간을 허락받는다. 료타는 아들에게 신발과 햄버거를 사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싱고를 핑계로 다시 어머니 댁으로 향한다.

밤이 가까워지자 쿄코는 아들을 데리러 료타의 어머니 댁으로 간다. 하지만 태풍으로 택시가 30분 뒤에 온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하룻밤을 그곳에서 묵는다. 태풍과 함께 하루가 저무는 동안 료타는 조금씩 변해간다. 쿄코에게 소설 대신 돈이 되는 만화 원작소설을 쓰기 시작할 거라며 다시 잘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하지만 쿄코는 자신이 말할 때 들었어야 한다며 거절한다.

태풍이 이는 새벽, 료타는 아들과 함께 미끄럼틀 지붕 아래로 간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꿈에 대해 싱고에게 이야기하던 도중, 자신이 싫어하던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태풍이 지나가고 료타는 아버지의 벼루를 팔러간다. 팔러간 곳에서 자신의 소설을 자랑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벼루를 다시 손에 쥐어간다. 그 후 료타는 기차역 앞에서 싱고와 쿄코와 헤어지며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영화 속에서 료타는 당신 같은 어른이 되기 싫다는 고등학생의 말에, 모두가 원하는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소리친다. 자신 스스로가 이별하기 싫은 사람과 이별하고,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료타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삶 속에서 여러 일을 겪으며 자신을 다시 돌아본다.

영화는 이런 료타의 인생을 조명하며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자신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라고 전한다. 영화의 끝까지 뜻대로 되지 않는 료타의 인생이지만, 그는 여전히 씩씩하게 밝은 햇살 아래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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