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 재질, 조형미 등 건축만큼 고려할 것이 많은 일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변 환경을 이해해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영국의 디자이너인 토마스 헤더윅이 연 헤더윅 스튜디오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건축물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낸다.

1994년 설립된 헤더윅 스튜디오는 약 180여 명의 디자이너와 제작자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세계 각국에서 30여 개의 건축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며,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스튜디오의 지난 20년을 망라하는 포트폴리오와 같은 이번 전시는, 스튜디오의 건축가들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조화를 이루며 창조하는지를 드러낸다. 전시는 건축물이 일반적으로 만들어질 때 거치는 설계도 구상, 제작, 그리고 만들어진 건축물이 사람과 소통하며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을 따라간다.

 

차별화된 작품을 위한 독창적인 생각
토마스 헤더윅은 3D 디자인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수학했다. 이는 그가 다채로운 소재를 실험하고 통상적인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건축적인 스타일을 모색해보게끔 하는 학문적 기반이 되었다. 그가 졸업 작품으로 설계한 작은 파빌리온은 철근의 평행적 연결과 구리 구조물이 절묘하게 얽혀 안정성을 담보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의 디자인들은 기존의 건축 관행과는 달리,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 아이디어가 공학보다는 미학에 맞닿아 있다. 가령 그가 설계한 곡물 저장고는 곡물의 낱알을 베어낸 듯한 구조로 설계되어, 곡물 저장소와 낱알을 유쾌하게 연결하며 확대와 축소를 통한 미적 성취를 이뤄낸다. 물론 사용자의 동선을 확보하고 자연채광을 유도하는 실용적 효과도 겸비한다.

런던에 있는 가이스 병원의 보일러실은 더욱 극적인 예시다. 병원은 외관을 해치던 빌딩 입구의 보일러실을 가릴 예술 작품을 헤더윅 스튜디오에 의뢰했다. 스튜디오는 아예 보일러실의 디자인을 바꾸기로 했다. 그들은 보일러실의 표면을 덮던 모자이크식 세라믹 타일을 새로운 소재와 크기를 가진 108개의 곡면 패널로 교체해 마치 보일러실이 양복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이후 이 보일러실은 가이스 병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아이디어가 실체로 구현되기까지
설계도의 그림으로부터 현실이 된 건축물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주변과 조화로워야 한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여러 가지 독창적인 수단으로 이를 실현한다. 그들은 재료를 새로이 만들거나 흔히 쓰이지 않는 소재를 과감히 도입하기도 하고, 특별한 제작공정을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런 특징은 헤더윅 스튜디오가 생명 의학 회사 내에 설치한 조형물 ‘블라이기센’에서 잘 드러난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해당 작품에서 특정 형태로 규정할 수 없는 물의 형상을 포착하기 위해, 차가운 물에 액체 금속을 떨어트리는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무작위적 형태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무작위의 금속조각들은 조형물의 소재로 사용되어 역동적이고 규정되지 않는 물의 모습을 나타냈다.

 

건축물과 인간의 긴밀한 상호작용
건축이 예술이기도 한 이유는, 건축물이 사람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건축물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에 대해 깊이 고민해 작품에 녹여낸다. 그들이 설계한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의 ‘러닝 허브’에 그 고민의 흔적이 잘 드러난다. 그들은 통상적인 강의실의 구조를 조형적으로 비틀어, 원형 교실 12개로 이루어진 강의실을 만든다. 사용자들은 기존의 네모난 교실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통적 교육 공간의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수평적인 교육 환경을 누릴 수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도 헤더윅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기존 올림픽들의 높이 솟아오른 성화대와 달리, 런던 올림픽 성화대는 지면과 같은 높이에 설치되었다. 개막식이 시작되자 10,500명의 선수가 204개의 성화를 들고 입장해 각자의 성화를 성화대의 중앙에 쌓아 꽃다발과 같은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는 각 국가의 화합을 도모하고, 경쟁과 승부보다 조화를 중시하는 올림픽 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림픽을 관람하던 수많은 사람은 하나의 큰 꽃으로 어우러지는 수많은 성화대를 보면서 조화라는 가치를 느꼈을 것이다.

 

건축에는 실용성과 안정성을 담당하는 건축공학적 측면과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주변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미학적인 측면이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이 두 가치를 모두를 아름답게 충족시키는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완성된, 그리고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건축물들이 바로 그 증거다. 건물에 그들만의 독창성을 능숙하게 입히는 헤더윅 스튜디오는 세계인을 매료시키며 여전히 순항 중이다.

 

장소 | 디뮤지엄
기간 | 2016.6.16. ~ 2016.10.23.
요금 | 8,000원
시간 | 10:00 ~ 20:00
문의 | 070)5097-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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