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봄학기도 어김없이 수강 신청 대란으로 시작되었다. 교양과목 강의실마다 담당교수의 수강 허가 사인을 얻기 위해 북적였고, 수강 정원을 초과해 수강생을 받은 과목들은 강의실을 변경하거나 수업에 늦게 들어온 학생들이 모자라는 좌석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등 대혼란을 빚었다. 신학기 개강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이러한 혼란은 2009년 봄학기 시행된 추첨식 수강 신청 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 우리 학교에서 개설된 교양과목 수가 학생들의 수강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우리 학교의 학부 학생 정원은 ICU 통합, 입학 정원 확대 등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개설된 교양과목 숫자는 오히려 줄었다. 더욱이 개설 교과목 대부분이 40명 선으로 수강인원이 제한돼 전체 교양과목 수강 정원은 더 크게 줄었다. 인기 강좌에 수강생이 몰리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고,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과목에 수강할 수 있는 대학은 세계 어느 대학에도 없다. 하지만, 우리 학교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지향하는 학교에서 수강 수요에 비해 개설 강좌가 적다는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수강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은 드물다. 대학의 수준은 결국 연구와 교육의 질로 결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 학교가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개설 교양과목 숫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겠지만, 이 문제가 다음 학기에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다. 본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학교에서 부족한 교양과목 수강 정원은 1089명에 달한다. 수강 정원을 40명으로 가정할 때, 최소 28개 강좌가 추가로 개설되어야 하는 셈이다. 강좌를 추가로 개설하는 데 필요한 예산, 강의실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아무 강좌는 무턱대고 숫자만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공계 대학생에게 필요한 교양과목이 무엇인지 면밀히 연구해, 최고 수준의 강의를 제공할 수 있는 교수를 신중히 선발해 초빙해야 할 것이다.  

교양과목 수강 수요와 개설 강좌가 균형을 이룰 때까지는 수강 신청 제도의 개선을 통해 운영의 묘를 살릴 수밖에 없다. 현행 추첨식 수강 신청 제도가 과거 선착순 수강 신청 제도의 문제점을 많은 부분 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새롭게 야기된 문제도 적지 않다. ‘선착순 아니면 추첨식’과 같은 양자택일의 문제로 사고의 틀을 좁힐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의 사례를 참조해 우리 학교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수강 신청 제도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다음 학기 개강 즈음에는 적어도 학생들이 수강변경원을 들고 담당교수를 찾아가 사인해 달라고 사정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풍경만큼이라도 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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