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산업 의약 및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큰 기대

21세기로 접어든 이후 반도체와 IT 산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의 주력 산업이 이전과 같이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경쟁력를 갖추지는 못한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바이오산업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특수성과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한다. 
 
바이오산업은 생명체와 관련된 기술을 활용해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모든 산업을 통칭한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을 ▲바이오의약산업 ▲바이오식품산업 ▲바이오화학산업 ▲바이오환경산업 ▲바이오전자산업 ▲바이오공정 및 기기산업 ▲바이오에너지 및 자원산업 ▲바이오검정/정보서비스 및 연구개발업 등 8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의약품과 식품 시장 점유율이 전세계 바이오산업의 60%에 달하며, 업계는 제약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 
 
발전 가능성 큰 바이오산업
제약업계 시장전문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르마에 따르면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7,810억 달러(2015년 기준)다. 이 중 재조합 DNA 단백질 기술을 응용해 제조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1,790억 달러에 달한다. 바이오의약 분야만 고려하더라도 규모가 825억 달러인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2.2배에 달한다. 삼성 등 대기업은 일찌감치 차세대 투자 분야로 바이오제약 분야를 점찍었다. 이를 위하여 삼성은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였다. 한편 한미약품은 당뇨병 치료제로 지난해 프랑스 제약회사인 사노피와 5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미국 얀센과 당뇨비만 치료제 ‘HM12525A’에 대해 1조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한미약품의 성공은 국내 바이오의약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다.
 
최근에는 바이오연료 등 생명과학을 응용해 다양한 유용물질을 상업화하는 산업군도 확대되고 있어, 바이오산업이 의약뿐만 아니라 에너지•자원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OECD는 2030년경 IT 혁명을 넘어서는 ‘바이오 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향후 바이오 기술이 보건의료분야와 함께 농업과 산업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생명체 이용해 효과 좋은 신약 개발해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의 일부, 즉 세포, 단백질, DNA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약이다. 기존 화학합성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찾아 표적만 치료할 수 있어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 치료제,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나뉜다.
단백질 치료제는 가장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으로 유전자 재조합기술, 세포배양기술, 바이오공정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약용 단백질을 말한다.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이 대표적인 단백질 치료제의 예시다. 세포 치료는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나 체세포를 배양한 뒤 이상이 있는 신체 부위에 이식해 병을 치료하는 치료법이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치료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를 말한다. 유전자 이상이 있는 세포에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암세포 등 질병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제약시장의 새 지평 연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의약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분야다. 제약사가 오랜 시간 돈과 노력을 들여 처음 만든 신약을 오리지널의약품이라고 하는데,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해서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이 오리지널의약품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바이오시밀러로 실제 매출과 이익을 내는 회사는 셀트리온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그밖에도 많은 국내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에 건설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설비가 2018년 완료되면 삼성은 연간 36만 리터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 밖에도 LG생명과학,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여러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게놈 분석으로 질병 가능성 진단해
바이오의약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진단 분야다.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3억 원에 달하던 인간 게놈 분석 비용이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분석 시간도 하루면 충분해지면서,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통해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까지 사전에 알 수 있게 되었다. 한 예로 3년 전,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자신의 게놈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아 주목을 받았다. 어린이, 청년, 노인 모두 게놈 분석을 통한 병의 진단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전 인류가 바이오 시장의 수요자가 된 것이다.
 
투자한 이상의 결실 얻는 바이오 시장
바이오산업은 ‘승자 독식’의 시장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신약개발에 평균 14~18년, 총 8~15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특허 기간 20년 동안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지난 10년간 연구개발비로 9,000억 원을 투자한 한미약품은 최근 8조 원 규모의 신약후보 물질 기술을 수출했고, 한미약품의 작년 매출액은 1조 3천억 원에 달했다. 미국의 화이자는 10여 년간 1조 원의 연구비를 들여 리피토(Lipitor)라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개발한 뒤 20년간 150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이오 시장은 당분간은 수요가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가 가진 질병은 밝혀진 것만 5,000여 종이지만 이 중 치료약이 개발된 건 500여 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령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바이오 황금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로 바이오연료 주목해
바이오연료는 살아있는 유기체나 배설물, 대사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biomass)로부터 얻는 연료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기술연구소 겸 출판사인 클린에지는 2008년 350억 달러 규모인 바이오연료 시장이 2018년에는 1,054억 달러 규모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바이오연료 시장 규모는 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큰 파급효과 기대되는 바이오산업
바이오산업의 기반이 되는 생명과학기술은 바이오연료를 포함한 바이오화학 산업과 농업 분야에서 다양한 국가들에 경제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농업 및 환경 부문에서 나타나는 난제 해결에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명과학기술은 다른 기술•산업과 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 기존의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발견도 기대할만한 점이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은 큰 기술적, 산업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경제적 효과와 함께 사회•문화에 미치는 효과 역시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노다지에 비유되는 바이오 시장은 지금 치열한 개발 경쟁 중이다. 미국, 일본, 스위스 등은 물론 중국, 인도 등 바이오산업 신흥국도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새로운 바이오산업 시대의 도래 앞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을까. 2부에서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다.

감수 |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HRD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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