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 기둥 모양의 질화물 반도체 마이크로막대에서 일어나는 빛의 전반사 현상이 내부의 엑시톤과 빛의 상호작용을 강하게 만들어

물리학과 조용훈 교수팀이 빛과 물질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양자 물질을 상온에서 생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7월 8일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되었다.

빛과 물질의 사이, 엑시톤 폴라리톤
반도체 안에서 전자와 양공이 쿨롱 상호작용으로 결합하면 엑시톤(exciton)이라는 준입자(quasipar-ticle)를 만들어진다. 엑시톤은 빛을 흡수해 생성되며, 엑시톤의 전자와 양공이 재결합하면 빛이 생성된다. 엑시톤과 빛이 반복적으로 생성되다 보면 빛도 엑시톤도 아닌 제3의 입자가 만들어진다. 이를 엑시톤 폴라리톤(exciton polariton)이라 한다.

질량 매우 작고 상호작용 활발해
엑시톤 폴라리톤은 질량이 없다는 빛의 특성과 전기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엑시톤의 특성을 모두 지닌다. 따라서 엑시톤 폴라리톤은 전자보다 10만 배 정도 가볍고, 입자 사이에는 척력이 작용해 응용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존에는 10 K 정도의 저온에서만 엑시톤 폴라리톤을 만들 수 있어 활용이 어려웠다.

반사율 높은 거울 필요한 기존 공정
엑시톤 폴라리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사율이 높은 거울을 이용해 엑시톤에서 나온 빛이 다시 엑시톤으로 재흡수 되게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는 굴절률이 다른 두 가지 반도체 물질을 번갈아 쌓아 반사율이 100%에 가까운 거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 층의 두께를 λ/4n(λ: 반사하려는 빛의 파장, n: 물질의 굴절률) 정도로 얇게 만들어야 했으며, 이를 총 40층 이상 쌓아야 했기에 제작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질화물 반도체 내 전반사 현상 이용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 교수팀은 육각 기둥 모양 질화물 반도체* 마이크로막대를 이용했다. 수 μm 크기의 질화 갈륨(GaN)으로 만들어진 이 막대에서는 질화 갈륨과 공기의 굴절률 차이로 인해 전반사가 일어나 빛이 육각형 막대 안을 계속 맴돈다. 조 교수팀은 빛이 지나가는 경로에 양자우물(quantum well)**을 설치해 빛과 엑시톤의 상호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도록 했다. 그 결과, 기존 방법보다 더 안정적으로 엑시톤 폴라리톤을 만들 수 있었다.

상온 생산 가능해진 엑시톤 폴라리톤
조 교수팀이 개발한 방법은 상온에서도 엑시톤 폴라리톤을 만들 수 있다. 엑시톤 폴라리톤 형성에는 온도와 엑시톤을 형성하는 물질이 가진 띠틈(band gap)의 크기가 영향을 미친다. 엑시톤이 만들어지려면 엑시톤 결합 에너지가 엑시톤이 가진 열에너지보다 커야 한다. 띠틈이 클수록 엑시톤 결합 에너지가 커지므로, 상온에서 엑시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띠틈이 큰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거울 구조를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힘들어 엑시톤 폴라리톤을 만들기 어려웠다.

비선형 광학 시스템 개발에 도움돼
이번 연구결과는 특히 레이저를 비롯한 비선형 광학 시스템의 개발 분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광학 시스템에 사용되던 광자는 입자 간 상호작용이 매우 약하지만, 엑시톤 폴라리톤은 입자 간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따라서 엑시톤 폴라리톤을 이용하면 입자끼리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비선형 현상을 낮은 문턱 전류(threshold current)로도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상온에서도 쉽게 엑시톤 폴라리톤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논문 제1 저자인 공수현 박사는 “이번 연구를 이용하면 상온에서 다양한 양자 현상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연구가 학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질화물 반도체*
질소를 이용한 반도체. 일반 반도체보다 띠틈이 크다.

양자 우물**

띠틈이 큰 반도체와 띠틈이 작은 반도체로 만든 우물형태의 적층구조. 내부에 엑시톤이 생성돼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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