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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검출, 천문학의 거대한 도약
일반상대성이론 통해 예견된 중력파, 천문학의 새로운 지평 열어
[416호] 2016년 03월 02일 (수) 곽대현 기자 nubdigi7@kaist.ac.kr

지난달 12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 회견을 통해 미국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이하 LIGO) 연구단이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예견이 100년 만에 맞아떨어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21세기 과학사에 하나의 획을 그은 중력파와 그 관측 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시공간 곡률이 변하면 중력파 발생해

우주상의 어떤 지점에서 질량 분포가 급히 변하면, 그와 동시에 시공간도 급격히 변한다. 이러한 변화는 파동의 형태로 넓게 퍼져나가는데, 이 시공간 곡률의 파동이 바로 중력파다. 하지만 중력파는 측정하기가 힘들다. 전자기파는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강하지만 중력파는 상호작용이 아주 약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는 중성자별 쌍성의 합체, 블랙홀 쌍성의 합체, 천체의 중력붕괴, 초신성폭발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에 LIGO 연구단이 검출한 중력파는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서로 공전하던 두 블랙홀이 합쳐지며 방출한 것이다. 블랙홀의 질량은 각각 태양의 29배, 36배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태양 질량의 3배 정도 되는 시공간 자체의 에너지가 중력파의 형태로 퍼져나갔다.

100년 전 중력파 예측한 아인슈타인
학계에 중력파라는 개념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1916년에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공간은 물질과 독립적인 것이 아니다. 물질의 분포 자체가 시공간이 어떻게 휘어질지를 결정하며, 시공간은 물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말해준다. 따라서 두 별이 합쳐지는 순간에는 질량 분포에 큰 변화가 일어나 시공간이 크게 변하는데, 이러한 시공간의 일렁임이 주변으로 전달되는 형태가 바로 중력파라는 것이다.

다양한 중력파 검출 시도 이어져
하지만 중력파를 실제로 검출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중력파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예측되거나, 간접적으로 확인될 뿐이었다. 중력파 검출을 최초로 시도한 사람은 1960년대 미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웨버다. 웨버는 길이 2 m, 지름 1 m의 알루미늄 원통인 웨버 바(Weber bar)를 중력파 검출기로 사용했다. 웨버는 중력파란 시공간 자체의 곡률파이므로,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갈 때 웨버 바의 길이가 변한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하지만 그의 연구 결과는 민감도와 정확성이 떨어져 당시 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웨버의 연구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의 도전은 중력파 검출 연구의 불씨를 붙였다. 1974년, 미국의 조지프 테일러와 러셀 헐스는 쌍성 펄서(binary pulsar) PSR 1913+16의 공전주기가 매년 100만분의 75초씩 짧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서로의 주변을 도는 중성자별 쌍이 계속해서 중력파를 방출하며 에너지를 손실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력파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간섭계 형태의 검출기, LIGO의 탄생
웨버의 실험 후 지구상에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려는 노력은 빛의 마이켈슨 간섭현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마이켈슨 간섭계에서는 반사된 두 빛의 경로 길이를 조절해 위상차 없이 완벽한 결맞음(coherence) 상태로 만든다. 이때 만약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간다면, 순간적으로 시공간이 굴곡되어 한쪽 경로가 길어지고, 다른 쪽 경로는 짧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두 빛 사이에는 위상차가 생기고, 간섭무늬가 변한다. 이를 분석하면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두 곳을 동시 측정해 신뢰도 높여
LIGO는 거대한 마이켈슨 간섭계로, 1972년 레이너 와이스가 제출한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내부 기술보고서에서 출발해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LIGO에서 활용하는 빛의 통로는 길이가 각각 약 4 km에 달하는 L자 형태 진공관이다.
LIGO는 주변 환경과 사건들에 굉장히 민감해, 검출기에 나타난 미세한 파동의 변화를 보고 중력파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파도 소리, 지진 등 중력파 말고도 진동을 일으키는 요인들은 매우 많기 때문이다. LIGO는 서로 약 3,000 km 떨어진 워싱턴 주의 핸포드와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 두 곳에 설치되었다. 이 경우 한 곳에서 검출된 신호가 중력파라면 다른 검출기에서 같은 형태의 파형이 나올 것이다. 또한, 두 검출기 사이의 미세한 시차를 이용한다면 검출된 중력파가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LIGO 과학협력단의 임무는 크게 봤을 때 ▲기기 관리 ▲데이터 분석 ▲이론 연구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는 중력파 신호를 해석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 감지된 신호에는 중력파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요인에 의한 신호들이 함께 검출된다. 특히 LIGO 국제협력단에 소속된 20여 명의 우리나라 연구진은 필요 없는 신호들로부터 중력파의 신호를 정확하게 분리해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론 연구에서는 중력파의 파원에 대해 조사해, 찾고자 하는 중력파의 파장, 빈도 등을 계산하여 중력파 검출에 도움을 주었다.

찰나의 순간에 포착된 중력파
지난해 9월 14일 오후 6시 51분(한국 표준시), 두 LIGO에서 신호 하나가 동시에 감지되었다. 신호는 0.15초간 포착되었고, 검증 결과 블랙홀 쌍성계에서 발생한 중력파임이 밝혀졌다. 식별된 중력파 신호는 LIGO의 설정 거리인 4 km 내에서 1경분의 4 cm의 길이 변화였을 정도로 미세한 수준이었으며, 중력파 검출은 5 시그마 수준보다 정밀했다. 이는 350만 번 중 1번 오류가 날 확률을 말한다.

이론적·실험적 측면 의미 모두 깊어
중력파 발견이 가지는 의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했던 중력파의 존재를 100년 만에 직접 확인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둘째, 블랙홀 쌍성 관측을 최초로 성공했다. 셋째, 우주를 보는 새로운 도구를 얻었다.

보다 넓어진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
이전까지는 우주 관측의 수단이 오직 전자기파뿐이었다. 하지만 블랙홀 쌍성 합체처럼 전자기파는 나오지 않고 오직 중력파만 방출되는 현상은 현존하는 기술로 관측할 수 없다. 또한, 전자기파는 주위 물질과 상호작용이 강해 먼 곳에서 지구까지 오는 동안 원래의 정보를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주위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약한 중력파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중력파를 이용한다면 아직 밝혀내지 못한 초신성 폭발의 메커니즘이나 우주의 초기 상태의 관측도 가능할지 모른다. 전자기파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우주영역의 관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력파 연구에 관심 가져
LIGO 이외에도 일본의 KAGRA (Kamioka Gravitational Wave Detector)와 유럽의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 등 세계적으로 중력파 연구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에서도 SOGRO(Superconducting Omni-directional Gravitational Radiation Observatory)라는 중력파 검출기를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LIGO와 LISA에서는 검출할 수 없는 주파수 대역의 중력파 검출을 목표로 하며, 백색왜성과 블랙홀 쌍성 등을 주된 파원으로 선정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강궁원 박사는 “(SOGRO는) 한국이 제안한 독창적인 검출기다”라며 “예산 지원이나 인력이 확충된다면 우리나라도 충분한 역량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중력파의 구체적인 응용 분야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전자기파는 검출되는 데 20여 년이 걸렸으며, 생활 속에서 자유자재로 활용되기까지 약 1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력파는 예측 이래 검출되는 데만 100년이 소요되었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응용시키고 발전시키는가의 문제는 앞으로 과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터뷰 및 기사 감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강궁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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