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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매머드, 설원을 꿈꾸다
[411호] 2015년 09월 22일 (화) 심혜린 기자 shrin11@kaist.ac.kr

‘멸종된 동물이 부활한다면?’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적 있을 법한 상상이다. 멸종된 동물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가정은 우리에게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1993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쥬라기공원>의 후속작품이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만들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최근에는 매머드 복원과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매머드 복원 연구를 중심으로 멸종 복원이란 무엇인지, 멸종 복원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본다. 과연 매머드는 수천 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공룡 복원 다룬 <쥬라기공원>
지난 6월 영화 <쥬라기공원>의 네 번째 속편 <쥬라기월드>가 개봉해 주목을 받았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원작은 1990년 발간된 소설로, 인간이 공룡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상과학소설이다. 작품 속에서 연구자들은 공룡의 피를 빨았던 곤충이 갇혀 화석화된 호박에서 공룡 DNA를 추출한다. 연구자들은 개구리, 악어 등 양서류와 파충류의 DNA를 삽입해 공룡 DNA의 불완전한 부분을 채워 공룡을 복원한다. 하지만 작품 속 연구자들은 공룡 DNA와 자신들이 삽입한 DNA에서 어떤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몰랐고, 이로 인해 암컷만 탄생시킬 예정이었던 공룡 복원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일어난다.

호박에서 DNA 추출은 불가능해
<쥬라기공원>에 나온 방법대로 공룡을 복원할 수 있을까? 실제로 1990년대 초반부터 호박 안에 갇힌 생물의 DNA를 추출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연구자들은 호박이 DNA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2000년대까지 이어진 호박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DNA를 추출할 수 없었다. 이는 오래된 호박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지 60년밖에 지나지 않아 완전히 굳지 않은 호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몇몇 물질이 호박을 투과할 수 있다는 사실과 호박이 화석화되는 과정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호박은 DNA를 외부와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DNA를 보존하기엔 치명적인 환경이다.

사라진 종을 되살리는 멸종 복원 연구
하지만 <쥬라기공원> 속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상상은 아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등장한 것과 유사한 멸종 복원 연구가 매머드, 여행비둘기 등 여러 멸종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산양의 일종인 멸종 동물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종의 암컷 산양을 통해 태어난 피레네 아이벡스는 비록 7분 만에 폐결핵으로 죽었지만, 멸종 복원이 가능함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멸종한 생물의 일부 형질을 복원하려 해
멸종 복원(De-extinction)이란 말 그대로, 멸종한 생물을 되살리는 것을 말한다. 멸종 복원의 목표는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서로 다른 종 간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멸종 복원’하면 멸종된 생물의 복제를 떠올린다. 즉, 멸종한 생물과 완전히 같은 개체를 생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머드나 공룡처럼 오래전에 멸종한 생물을 온전히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물 복제에 사용하는 핵이식 기술에는 복제하려는 생물의 살아있는 세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멸종 복원 연구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멸종된 종의 형질을 현존하는 생명체에 삽입한다. 멸종한 생물 자체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멸종한 생물의 행동이나 유전자 등 형질을 복원하는 것이다.

복원 과정 고려해 선택되는 복원 종
모든 멸종 동물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원할 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멸종 복원의 과정은 크게 ▲DNA 추출 ▲잡종 DNA 제작 ▲복원종 탄생 ▲복원 후 관리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복원하고자 하는 종의 DNA 서열을 얻을 수 있는지다. 다음으로 현존하는 생명체 중, 복원하려는 생물의 게놈 서열을 옮길 수 있는 생물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주로 복원하고자 하는 생물과 진화 계통이 가까운 종을 활용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복원 이후에도 생물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하므로, 복원 결정 전에 그 종의 멸종 이유를 파악하고 복원 후 살아갈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복원된 생물이 현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매머드는 보존된 DNA 얻기에 적합해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매머드는 복원을 시도하기에 나쁘지 않은 종이다. 우선 매머드는 다른 멸종 동물보다 DNA를 얻기 쉽다. 이는 매머드 화석이 주로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등지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장소들은 춥고 얼어있어 DNA가 분해되는 속도가 느리다. 얼어붙어 물이 없는 환경도 DNA 보존에 유리하다. 물은 DNA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뼈와 털이 DNA가 잘 보존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도 매머드는 DNA를 추출하기 적합하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현재 매머드의 DNA 염기서열은 대부분 분석되었다.

3700여 년 전 멸종한 털북숭이 매머드
‘매머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갈색 털로 뒤덮인 채 설원을 돌아다니는 거대한 생명체는 매머드속(Mammuthus)에 포함된 털북숭이 매머드(Woolly mammoth, Mammuthus primigenius)다. 현재 복원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매머드 역시 주로 이 털북숭이 매머드다. 빙하기 이전에는 유럽 등 따뜻한 기후에서 생활하는 매머드 종도 있었지만 빙하기를 겪으며 멸종했고, 이후 털북숭이 매머드처럼 추위에 강한 매머드가 번성했다. 매머드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2만여 년 전부터 개체 수가 줄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매머드 기록은 시베리아 랭겔 섬에서 발견된 3700년 전의 매머드에서 끝난다.

매머드는 아시아 코끼리로부터 복원돼
현존하는 코끼리로 아시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 두 종이 있다. 이 중 매머드와 진화적 계통이 가까운 생물은 아시아 코끼리(Elephas maximus)다. 아시아 코끼리와 매머드는 대략 600만 년 전 공통조상으로부터 분리됐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가 매머드와 코끼리의 잡종을 만들려 한다. 여기에는 매머드 DNA 염기서열과 각 유전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털, 지방층 등 원하는 매머드 형질을 코끼리 DNA에 삽입하고 조절하기 위해서다. 종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자의 발현 조절 및 발현량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매머드 DNA가 삽입된 잡종 게놈 서열을 만든 후에는 이 DNA를 코끼리 세포에 넣고 배아로 성장시킨다. 배아를 암컷 아시아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대략 20개월 후 매머드의 형질을 가진 잡종(mammoth-like)이 탄생한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학대학원 유전학부의 조지 처치 교수 연구팀에서는 이미 매머드의 주요 유전자 14개를 찾아 코끼리 게놈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복원 전에 마련해야 할 생존 환경
매머드, 혹은 매머드의 형질을 지닌 유전자 조작 동물을 복원했다고 해서 멸종 복원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후 변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이 매머드의 멸종 이유로 꼽히는 만큼 매머드가 살아갈 수 있는 생존 환경 역시 준비되어야 한다. 한 생물의 형질은 단순히 유전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환경 요인은 종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환경의 영향을 받는 특성을 후성유전학적 산물이라 한다. 예를 들어 새끼 매머드는 매머드 군집에서 자라며 어미 매머드의 변을 먹어 자신에게 필요한 장 내 미생물을 섭취한다. 새끼 매머드가 매머드답게 자라기 위해서는 매머드가 살아갈 수 있는 기후와 환경뿐만 아니라, 매머드 군집과 부모의 적절한 돌봄까지 필요하다.

멸종 복원 연구, 종 보존 위해 필요하지만 위험도 있어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매머드를 복원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멸종 복원에 대한 찬반 논쟁 역시 활발하다. 멸종 복원을 찬성하는 쪽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측면에서 멸종 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멸종 복원을 통해 생명과학이 발전하며 진화와 종 간 연관관계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멸종 복원을 찬성하는 이유다. 또한,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이나 생태계 파괴로 인해 멸종한 생물을 위해서 멸종 복원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멸종 복원 연구에 들어가는 큰 비용과 시간이 문제로 꼽힌다. 매머드의 경우 코끼리를 통해 복원 종을 얻어야 하는데, 코끼리는 배란 주기가 5년일뿐더러 그 자체가 이미 멸종 위기 동물이다. 코끼리와 매머드는 출산, 성장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의 실험이 성공했는지 알기 위해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멸종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지금 있는 멸종 위기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복원된 동물이 지금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멸종 복원을 반대하는 큰 이유다.

멸종 복원을 통해 멸종한 동물과 완전히 같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멸종된 동물의 유전자와 형질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생물 간 진화적 연관관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멸종 복원은 큰 의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시베리아 대륙에서 매머드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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