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는 KAIST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KAIST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온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합격 소식을 듣고 난 후 며칠 동안 벅차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합격하기 전에는 내가 입학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그 어떤 시험과 과제물도 척척 해내리라는 막연한 다짐 등 충만한 기대감 속에서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합격에 대한 기쁨도 잠시, KAIST에 대한 실상을 접하자 합격 전의 기대감은 반 토막이 되었고 떨어져 나간 나머지 반 토막의 자리에는 두려움이라는 녀석이 자리 잡게 되었다. 겨울방학 때 뭔가를 해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앞으로 받게 될 스트레스를 대비해 입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 같은 질문을 KAIST 동기들 혹은 선배님들께 던졌을 때,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하라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도 그것이 정답이었으면 좋겠지만, 쉬는 동안에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두려움이 자꾸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 불안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내가 자꾸만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도록 강요하며 한 시도 내가 편안하게 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결과 나는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며, 어떤 과목이 듣기 덜 부담스럽고, 학기 중 수강하는 과목의 배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선배들에게 계속 물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신입생으로서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르는 불확실한 것들로부터 오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내가 생각한 것은 과연 신입생으로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신입생, 그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합격 전 품고 있었던 충만한 기대감과 막연한 자신감이야말로 지금 내 불안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까. 그리고 그래야만 KAIST 신입생, KAIST 새내기다운 것이 아닐까.

한성과학고등학교 3학년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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