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했다고 벌써 카이스트에서 가을학기를 맞는다. 입시 걱정하면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떠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지났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대학을 붙는 것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정작 대학 입학 후의 생활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빌려 짧다면 짧고 길다하면 긴 카이스트에서의 한 학기동안 내가 느꼈던 것을 조금은 두서없이 풀어내보려고 한다.


나는 대학 가는 게 무서웠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지낸 친구들과 흩어진다는 것도 싫었고, 친구든 선배든 모든 인간관계를 다시 건설해야 된다는 걱정이 앞섰다. 입시를 마무리한 12월 중순, 이런 저런 걱정들을 하며 영어캠프 대상자를 뽑는 토플을 쳤다. 그리고 나는 52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당당히 영어 캠프에 합격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영어 캠프에서 나는 꽤나 많은 것을 느꼈다. 영재고 3년 졸업인 내 주위는 대부분이 1살 차이나는 동생들이 많았다. 과학고 조기졸업이 대다수였고, 드물긴 하지만 일반고에서 조기졸업해서 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은 열아홉의 나이에 대학 새내기라는 딱지가 붙은 셈이다. 그 친구들을 보며 내가 1년 전이었다면 나는 과연 카이스트에 붙을 만한 능력이 있고, 이들과 같이 사고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가끔씩 동생들이 철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다시 하면 새삼 대단한 친구들이라 느낀다.


카이스트에 와서 고등학교 동문들의 소중함을 많이 느낀다. 동기들과 가끔씩 만날 때면 누구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힘들 때마다 서로 서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든든하다. 또한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고등학교 선배님들은 전반적인 대학생활의 조언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곤 한다. 이런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입시생 시절 누구나 원하는 대학이 있었든, 나도 1년 전에는 카이스트에 입학하기를 진심으로 원했던 고3이었다. 사람들은 입시가 다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며 커다란 산 하나를 넘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이 바라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학업이 발목을 잡을 때도 있으며,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너무 연연하지 않길 바란다. 카이스트라는 큰 산 하나를 힘들게 올랐으니, 홀가분하게 내려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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