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질베르만 - <투 라이프>

 

 

(주) 씨네룩스 제공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도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아우슈비츠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엘렌’은 수용소에서 의지가 되었던 친구들을 잊지 못하고, 그들을 찾으려 노력한다. 엘렌은 전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는 항상 흔들리며 엘렌의 불안함을 대변한다. 엘렌은 수용소에서 알게 된 남자와 결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도 매년 신문에 친구를 찾는 광고를 내며 친구를 그리워한다.
엘렌은 종전 후 17년이 흐른 1962년이 되어서야 친구 ‘릴리’를 찾는다. 엘렌과 릴리, 그리고 수용소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로즈’까지 세 명의 친구들은 프랑스의 한 해변으로 3박 4일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코앞에 죽음을 두고 함께 버텼던 세 명은, 전쟁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운 해변에서 재회한다.
다시 만나게 된 세 여자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엘렌과 릴리는 아우슈비츠의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로즈는 수용소 이야기를 원치 않는다며 화를 낸다. 분명 같은 수용소 생활을 겪었음에도 아우슈비츠에 대한 엘렌과 릴리의 기억도 엇갈린다. 로즈는 현재의 자랑과 고민거리만 늘어놓고, 셋 사이에는 침묵과 실망만이 이어진다.
세 여자는 그래도 바다에 왔으니 물놀이를 하자며 수영복을 사 입고 해변에 놀러간다. 최신 유행 수영복을 입고 햇살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여느 중년 여성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팔 한쪽에는 죄수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없애지 못하는 표식처럼,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활은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과거였다. 과거를 부정한 채 이야기하는 현재는 공허할 뿐이었다. 따스한 해변의 풍경이 화면을 메우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전혀 평화롭지 않아 보인다.
세 여자가 과거를 인정하고 현재를 찾는 모습은 세 여자만큼이나 다르게 표현된다. 특히 엘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과거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당혹스럽지만, 릴리와 로즈는 오히려 엘렌을 응원하며 돕는다.
영화 내내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들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순간에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인다. 짧은 여행이 끝난 이후, 서로를 배웅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장면은 첫 만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다.
영화 속 세 여자는 저녁 식사에서 건배를 하며 ‘A La Vie(삶을 위하여)’를 외쳤다.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던 세 여자는, 인정하지 못했던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고 새로운 삶을 응원한다.
그렇게, 그들은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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