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간 화학 결합은 매우 짧은 순간 동안 일어나… 10년 전보다 발전한 4세대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X선 회절로 관측 성공

화학과 이효철 교수팀이 원자 간 화학 결합이 일어나는 과정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는 김경환 박사와 김종구 박사과정 학우이며, 논문은 지난달 18일 <네이처(Nature)>에 게재되었다.

10년 전 연구의 초석을 다진 이 교수
이 교수팀은 지난 2005년 비슷한 연구를 진행해 성과를 거두었다. 분자의 매우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해 분자 결합이 끊어지는 과정을 관찰한 것이다. 그전까지의 연구에서는 분자 운동을 측정하기 힘들었다. 카메라나 현미경 등 분자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기구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이에 이 교수팀은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X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X선으로 분자도 관측 가능함을 보여
X선 결정법은 X선의 회절 무늬를 이용해 결정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고체 결정에 X선을 쪼이면 회절 무늬를 얻을 수 있다. 결정을 이루는 각 원자가 영의 이중 슬릿 실험에서의 구멍 역할을 해 X선이 원자와 만나면 산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일어나는 산란은 여러 원자의 영향을 받아 생기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회절 무늬가 생기는지도 잘 알려졌으므로, 이를 분석하면 결정의 3차원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었을 뿐, 이를 통해 움직이는 분자를 관측하려는 시도는 드물었다. 이 교수팀은 이 생각을 깨고 파장이 매우 짧은 X선 펄스로 분자 구조의 변화를 추적했다. 회절에 이용하는 파동의 파장이 짧을수록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이 교수팀은 분자 결합이 끊어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해당 논문은 2005년 7월 15일 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분자 결합 관측 위해 개선한 연구
이번 연구에서 이 교수팀은 분자의 결합 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실험의 일부분을 개선했다. 분자의 결합 과정을 관찰하기 힘든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원자가 굉장히 빠르게 결합한다는 것이다. 원자가 결합하는 과정은 분자 결합이 깨지는 과정보다 걸리는 시간이 짧아 관측하기 힘들다. 두 번째는 결합하기 전 원자가 확산하는 시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은 결합 반응이 언제 일어나는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개선된 기기와 확산 적은 물질 활용해
첫 번째 문제는 파장이 더 짧은 X선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여태껏 실험에 사용된 X선 발생 장치는 전자가 회전하며 방출하는 X선을 이용한 원형 가속기인 3세대 입자 가속기로, 수 ps(picosecond; 10-12초) 동안 생성된 X선 펄스를 만들 수 있다. 즉, 수 ps 동안 일어나는 반응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분자 결합은 수 fs(femtosecond; 10-15초) 동안 일어나므로, 기존의 기술로는 관측할 수 없었다. 이에 이 교수팀은 4세대 입자 가속기를 이용했다. 4세대 입자 가속기는 레이저처럼 X선을 방출하는 선형 가속기로, 500 fs 동안 X선 펄스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이 교수팀은 금 삼합체를 관찰해 두 번째 문제를 해결했다. 금 삼합체는 금, 탄소, 질소 원자로 구성된 금 원자단 세 개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이 세 원자단은 평소에 결합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로 가까이 있어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으면 들뜬 상태가 되어 결합한다. 이 때문에 반응 전 물질이 확산하는 기간이 길지 않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금 삼합체의 결합 과정 / 이효철 교수 제공

이번에 이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로 원자의 화학 반응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분자의 움직임, 화합물의 구조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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