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하고 '벗'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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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하고 '벗'하라
  • 권길헌 교수
  • 승인 2015.03.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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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새내기 여러분 축하합니다.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고 이곳 KAIST에 오신 새내기 여러분 반갑고 자랑스럽습니다. 대학은 단순히 고등학교의 연장이 아닙니다. 고등학교에서와 대학에서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1) 배움이 주로 강의실에서만 벌어지지 않으며 정말로 중요한 배움은 강의실 밖에서 벌어진다는 것
2)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배우는 가는 여러분의 부모나 교수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KAIST는 여러분에게 다음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수준의 책임감: 강의 교수나 지도 교수를 비롯한 여러 교직원분들, 선배 등이 모두 여러분을 흔쾌히 도와주겠지만 배움의 모든 마지막 책임은 여러분 자신에게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와 달리 무엇을 해라 무엇을 하지 마라 남이 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살펴보고, 스스로 판단하여,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새로운 수준의 동료: 여러분 모두 쉽지 않은 경쟁을 거쳐 KAIST에 오셨습니다. 이제 여러분 주위의 친구들은 여러분과 마찬가지의, 어쩌면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을 지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여러분의 성취를 결정하는 것은 부모로부터 타고 난 선천적 능력이 아니라, 앞으로 기울여 갈 여러분의 후천적 노력에 달렸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지도, 폄하하지도 마십시오. 이제 여러분 주위의 친구들은 더 이상 여러분의 경쟁자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동료이자 미래의 소중한 동반자·후원자입니다. 홀로 성공하려 하지 말고 함께 성취하는 기쁨을 누리기 바랍니다.


새로운 수준의 역할: 교수는 여러분의 배움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강요할 수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 대학에서의 가르침과 배움은 주고받는 일방향의 흐름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 협력·교감하는 소통의 과정입니다. 강의는 고교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훨씬 더 적게 반복될 것입니다. 매주 각각의 강의 한 시간마다 강의실 밖에서 (적어도) 두 시간을 투자하기를 권합니다.


새로운 수준의 배움: 大學에서의 공부는 말뜻 그대로 큰 배움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들을 정신없이 나날이 채우는 과정을 넘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바다로 나가는 큰 항해입니다. 큰 배움의 첫 걸음은 큰의심이어야 하겠습니다. 큰 의심이 없이는 큰 배움도 있을 수 없습니다. 텍스트를, 친구의 주장을, 교수의 강의를, 나아가 거대한 권위를 의심하기 바랍니다. 지금 모두가 참이라 믿는 것에 여러분마저 함몰되어 버리면 어디에서 새로움이 움트겠습니까? 무슨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은 큰 의심을 거두지 않은 비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하여 바뀌어 왔음을 기억합시다.


여러분의 보람찬 대학생활을 위하여, 이 곳 대학로에서 지내는 동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두 가지 ‘벗’을 마음에 두십시오.
첫째 여러분과 함께 입학한 친구들은 여러분의 새로운 동료 즉 벗입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21세기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세기, 외곬이 아니라 융합하는 세기, 경쟁이 아니라 협력하는 세기입니다.
이 곳 KAIST 교정에서 함께 한 벗들과 어울리며, 홀로 염려하지 말고 함께 배려하며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둘째로 언제나 ‘벗(but)’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권위를 주눅 들게 하며, 근심하지 말고 의심하는 가운데 새로운 진리의 문을 열어 제끼는 큰 기쁨을 맛보기 바랍니다.


乙未年이 여러분 모두가 큰 성취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수리과학과 교수 권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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