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학부 입학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새내기 새로배움터 프로그램(이하 새터)을 진행한다. 입학 직전인 2월 말경 2박 3일에 걸쳐 진행되는 이 행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교내 자치단체 소개 등의 학교를 알아가는 프로그램과 동아리 공연과 새터반 단합 프로그램 등 신입생들의 친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프락터와 선배단은 하루 일정이 끝나고, 밤마다 새내기들과 함께 술자리로 향한다. 처음으로 부모님 손에서 벗어나 음주 문화를 접하게 된 새내기들은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고 매년 크고 작은 사고를 발생시켜왔다. 많은 학부모가 이에 불만을 가져 항의를 했고, 결국 학교는 2013년부터 ‘술 없는 새터’를 진행했다 . 하지만 술 없는 새터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고 술 사고는 계속해서 매년 발생하고 있다.
 
허울뿐인 ‘술 없는 새터’
사실 ‘술 없는 새터’는 진짜 술 없는 새터가 아니다. 학교 측과 새내기학생회의 새터 기획단들은 새터 기간 동안 음주를 지양시키고자 하지만 프락터, 선배단들은 새내기들을 이끌고 주점으로 향하기 일쑤다.
술 사고와 학부모들의 항의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엄격한 규칙으로 술을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음주를 지양하라고 권장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음주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교 측과 새터 기획단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영훈 학생정책처장은 “음주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지만, 술 없는 새터를 권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효과 미비한 학교의 예방 조치
효과적인 술 없는 새터를 위해 새터 기획단과 학교 측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터 기획단은 새터 기간 동안 프락터와 함께 새내기들을 지도할 선배단을 선발할 때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보고 매년 선배단 교육을 시행하는 등 신중을 가한다. 또한, 새터 기획단은 새터 기간 동안 새내기들의 친목을 위한 야식, 보드게임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밤마다 주점을 순찰해 과한 술자리를 적발한다. 새내기 행정팀도 프락터 선발 면접에서 음주 강요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구두로 받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에 사고 빈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도 매년 새터마다 구급차가 캠퍼스를 수차례 드나들고 있다. 새터 기획단의 눈을 피해 몰래 술자리로 향하는 선배단과 프락터, 그리고 과한 술자리를 적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단과의 친분을 고려해 눈감아주는 일부 새터 기획단 때문이다. 심지어 새터 기획단이 주는 술 없는 야식을 거부하고 술자리로 향하는 새터반도 적지 않다.
 
사전에만 편중된 조치, 선배단의 책임감 감퇴 일으켜
새터 기획단과 학교 측의 ‘술 없는 새터’를 위한 조치는 상당히 사전조치에만 편중되어 있다. 엄격한 선배단 선발과 교육을 하고 있지만, 선배단과 프락터가 교육을 무시해버리면 소용이 없다. 작년에 입학한 14학번 모 학우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새터 기간에 가졌던 술자리의 강압적인 분위기상 과한 음주를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매년 음주를 강요받은 새내기들의 목소리가 자주 나오고 있지만 프락터의 자격이 정지되거나 선배단에게 징계가 내려진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우리 학교 학칙에는 음주에 관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건 적발 시스템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새터 기획단의 순찰은 효과적이지 못하며 학교 측도 사건 적발을 학우들의 자발적인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선후배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고 당사자들이 사건 진술을 왜곡하기 때문에 사고가 적발되더라도 학교 측은 진상을 규명해내기 어렵다. ‘술 없는 새터’를 권장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규제와 체계적인 적발 시스템이 없어, 프락터와 선배단의 음주에 대한 거부 의식이 무뎌진 것이다.
이 정책처장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통해 좋지 않은 문화를 스스로 고쳐나가길 바랐다”라며 “하지만 지난 수년간 큰 효용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제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성년자 음주 규제도 미비해
한편, 우리 학교 신입생의 60% 이상의 나이가 만 18세이다. 이들은 청소년보호법 제2조제1항에서 정의하는 청소년이며, 제5항에 의해 음주와 주점 출입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철저한 조사와 적극적인 징계 요청할 것”
권희복 학생지원팀장은 “가천대학교에서는 음주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학칙에 존재한다”라며 “하지만 새터 음주를 규제하는 학칙이 우리 학교에는 존재하지 않아, 음주를 강요하거나 사고를 일으킨 학생들의 징계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 지원팀장은 “프락터의 자격정지 처분은 새내기 행정팀에 요구할 수 있으나, 선배단에 대한 조치는 직접적인 징계가 불가능하며 징계위원회에 요청하는 것이 우리들의 한계이다”라고 현재 제도의 미흡함을 토로했다. 이에 이 정책처장은 “올해 새터에는 술 사고와 미성년자 음주에 대해 예년보다 철저한 조사와 적극적인 징계 요청으로 효과적인 술 없는 새터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술은 새터 기획단과 학교 측에서 밝힌 입장과 같이, 친목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과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애물단지이다. 하지만 음주의 장점을 살리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술자리를 주도하는 프락터와 선배단의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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