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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장벽 넘어야 할 이종 이식, 희망이 될 수 있을까
[401호] 2015년 02월 17일 (화) 권민성 기자 bnt2080@kaist.ac.kr

 

   
 

고대 중국의 의사 편작은 두 환자의 심장을 교환하는 수술을 집도했다고 전해지며, 성경에도 장기 이식을 암시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오늘날 이러한 장기 이식에 대한 관심에 의학의 발전이 더해져 장기 이식은 실용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최근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해 이종 간의 장기 이식도 임상 실험 직전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장기 이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세기부터다. 의사들은 면역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혈액형을 밝혀내고 마취법을 개발하는 등 장기 이식을 위한 지식을 쌓았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시행된 임상 실험들은 번번이 실패했다. 면역 억제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거부 반응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수술 후 장기가 기능을 못 하거나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가장 높은 장벽, 면역 반응
당시 밝혀진 사실 중 하나는 인체는 뛰어난 면역 체계를 갖고 있어 타인의 조직을 이식하면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 특징이 같아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신장 이식은 1954년 조셉 머리 의료팀이 일란성 쌍둥이의 장기를 이식했을 때 처음 성공했다. 이는 면역계가 장기 이식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임을 보여준다.
면역 반응은 선천적인 반응과 후천적인 반응으로 나뉜다. 선천적인 반응에는 대식세포나 NK세포 등이 참여한다. 이는 딱지나 고름을 수반해 혈관 안에서 일어나면 혈관을 막을 수 있다. 후천적인 반응은 면역 세포들이 협업해 새 면역 시스템을 만드는 작용이다. 이때 면역 세포에는 T 림프구, B 림프구가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 물질을 차단해
이 때문에 인체에 장기를 이식하면 인체는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의학계에서는 수술 후 신체가 겪는 면역 반응을 4단계로 분류한다. 초급성, 급성, 세포매개성, 만성 거부 반응이 그것이다. 초급성 거부 반응은 수술 직후 일어나며, 환자의 항체와 이식 장기에 있는 혈관의 내피세포가 결합해 혈관을 막는다. 급성 거부 반응에서는 항체와 여러 면역 세포들이 활동해 혈관에서 혈액의 응고 반응이 일어난다. 이는 이식 후 수일 안에 발생한다. 몇 달 후에 일어나는 세포매개성 거부 반응은 대표적인 면역 세포인 T 림프구, 대식세포, NK세포에 의한 반응이며, 수년 후에 일어나는 만성 거부 반응은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거부 반응은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일어나므로, 항원을 발현하는 유전자인 MHC가 다를수록 격렬한 거부 반응이 나타난다. 따라서 종이 다른 개체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異種) 이식을 할 때는 거부 반응에 대한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생리적 요인이 결정하는 장기의 기능
이종 이식은 다른 종의 장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고려할 점이 많다. 먼저 장기의 기능이 인간과 다를 수 있다. 장기에 인간에게 필요한 기능이 없거나, 장기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물질을 분비하면 환자는 사망한다. 이는 우리와 생리적으로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할 때 발생하는 문제다. 과거 영장류의 장기를 이식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현재는 돼지가 인류와 생리적으로 더 가깝다는 것이 밝혀져 이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예기치 않은 질병도 발병할 수 있어
다른 문제는 이식하는 종에게서 치명적인 질병이 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장류에게서 퍼진 바이러스가 진화했다고 알려진 HIV는 이를 잘 보여준다. HIV는 인간에게 에이즈를 가져왔다. 원숭이나 침팬지는 HIV에 대응할 면역 체계를 갖고 있어 질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인류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다른 종에게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인류에게 치명적인 물질이나 바이러스 등이 옮겨 올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장기를 제공할 돼지는 청결한 환경에서 사육되며, 장기는 이식하기 전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면역을 약하게 하는 약물 투여
거부 반응에 대처할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다. 한 예로 환자에게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는 방법이 있다. 면역 억제제는 면역계가 항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이물질마저 인식하지 못하게 하므로, 환자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돼지를 개량해 면역계를 교란해
초급성, 급성 거부 반응에 대처할 유전 공학 기술도 있다. 돼지 장기를 이식할 때 초급성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2가지 요인은 GalT처럼 인간에게 없는 유전자와 면역에 참여하는 보체다. GalT가 발현되면 인체에 없는 물질이 생성되므로, 면역계에 쉽게 감지된다. 따라서 장기를 제공할 돼지는 GalT가 제거되어 태어난다. 보체는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단백질이다. 이때 보체를 억제하는 인간의 유전자를 돼지의 DNA에 삽입하면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다.

   
 


인간의 면역 체계를 교란하면 급성 거부 반응도 대비할 수 있다. 한 예로 T 림프구를 인간의 면역 조절 유전자 FasL(Fas ligand)로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T 림프구는 다른 면역 세포에 이물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하므로, FasL를 돼지의 DNA에 삽입하면 림프구에 의한 거부 반응을 저지할 수 있다.

이처럼 이종 이식의 연구 성과가 많고 훌륭하지만, 이종 이식은 실험에 그칠 뿐 사람에게 시도할만한 단계는 아니다. 우선 유전 공학 기술은 효율이 낮아 장기를 얻기 힘들다. 게다가 유전자를 너무 많이 조작하면 돼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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