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고 복작대던 졸업식장에서의 많은 기억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것은, 내가 단상 위에서 총장님께 졸업장을 받다가 학사모를 떨어뜨렸다거나 했던 사건들이 아니라 한 소절의 노래다. 아름다운 나라, 합창단이 불렀던.


졸업식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가슴 속에 꽤나 깊숙이 박혀 들어오는 순간이다.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라는 소절과 함께,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외딴 울타리 속에서 바득바득 이를 갈며 아등바등 살아갔던 내 모습이 겹쳐진다.

나는,


너무나도 똑똑한 동기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낮아져만 가던 자존감을 붙잡았던 매 순간들. 머릿속에 제발 들어가라 제발 들어가라 악을 써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전공 수업들과.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제발 목을 움켜쥔 손을 풀어달라고 기말고사 첫째 날에 본관 앞에서 전공책을 펴들었던 기억, 그래서인지 처참하게 망했던 내 열물리학 최종 성적표. 향후 진로에 고민하고 쓴 술을 들이켰던 지난여름의 내 자취방과 친구들.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파편적으로 나열된 문장에 담겼고, 파편적으로 나열된 문장들은 모두 오리연못, 자연과학동, 우체국 건물, 그러니까 카이스트 캠퍼스 위에서 묶였다. 매듭을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졸업식에서 들려왔던 노래 한 곡이 깊은 영감을 줬다.
내가 진학한 홍릉캠퍼스 대학원은 2월 개강이라 벌써부터 숙제하랴 수업 들으랴 바쁘다. 나는 대전에서 서울, 학부에서 대학원. 더 넓은 야생으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의 내 발걸음이 카이스트에서 지냈던 5년처럼 아름답게 묶일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나라-
저 산자락에 긴 노을 지면 걸음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
밤 달빛에도 참 어여뻐라 골목 골목 선 담장은 달빛을 반기네

겨울 눈 꽃이 오롯이 앉으면 그 포근한 흰 빛이 센바람도 재우니

(후렴구)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에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강 물빛 소리 산 낙엽 소리 천지 사방이 고우니 즐겁지 않은가

바람 꽃 소리 들풀 젖는 소리 아픈 청춘도 고우니마음 즐겁지 않은가

(후렴)

큰 추위로 견뎌낸 나무의 뿌리가 봄 그리운 맘으로 푸르다
푸르게 더 푸르게 수 만 잎을 피워내한 줄기로 하늘까지 뻗어라

(후렴)

아름다운 나라

(끝)

 졸업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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