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생 사회는 여러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학생들은 학교 당국이 갑작스럽게 제기한 문지캠퍼스 활용 방안, 교과과정 개편안 등에서 전임 총장 때의 소통 없는 일방적 개혁을 떠올렸다. 학생들은 개인 혹은 단체로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학교 당국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이 발표한 해명에서 밝혀진 사실은 학생들이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문지캠퍼스와 교과과정 개편안을 다룬 회의록과 보고서에 학부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장단이 참석해 학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뚜렷이 남아 있었다. 결국 학교는 학생의 대표자와 소통했지만, 학생의 대표자가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학생 대표자의 미흡한 소통은 작년 우리 학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족한 정보로 인해 학생 사회는 혼란에 빠졌고, 혼란 중에 전임 총장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학교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학생 사회는 다른 사업을 미루어 두고 문제 해결에 집중했고, 그 결과 작년 말에 치러졌어야 할 총학생회장 선거가 후보자가 없어 3월로 연기되는 파행도 겪게 되었다.


학생 사회의 자치활동이 완벽할 수는 없다. 결국 일반 학생이 자원해 참가하는 것이기에 완벽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어느 단체도 실수를 할 수는 있다. 이를 반성하고, 용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학생으로서 성숙한 자세일 것이다.


실제로 작년 총학생회 블라썸은 매번 실수를 깨달을 때마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해 사과했고, 마지막 총학 평가에서는 본인을 “반면교사 삼기”를 바란다는 인터뷰를 했다. 실수에서 많은 문제가 비롯되긴 했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학교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으로 학생사회는 많은 문제의 논의를 다시 시작하거나, 논란이 된 정책의 시행을 미루는 데 성공했다. 또, 학생사회는 총학의 실수를 질타하기는 했지만, 탄핵안을 상정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과할 기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박탈하지는 않았다. 작년 중앙운영위원회 역시 실책을 반성하고 사과문을 공식 발표하겠다는 안건을 발의, 사실상 합의해 실수를 인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작년 중앙운영위원회가 사과문을 발표해 본인들의 실수를 완전히 인정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 사회에 남기는 교훈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다. 작년 중앙운영위원회는 성과와 한계를 정리해 작년과 같은 학생 대표와 일반 학생들간의 반목과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록 조금 늦기는 했지만, 아주 늦지는 않았다. 실수의 기억을 상기하는 것은 모두에게 어렵고, 대표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특히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해의 성과와 한계를 학생들에게 발표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것은 학생 사회가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딛고 한층 더 성숙할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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