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설 부문 응모작은 10편으로 많지 않은 편이었으나 전반적인 수준은 꽤 높은 편이었다. 수상작으로 뽑힌 김창대와 권용민의 작품은 각기 다른 면에서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을 지녀 읽는 내내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김창대의 <2G>는 스마트폰이라는 흔한 소재를 취했지만 이를 테크놀로지에 대한 미묘한 비판으로 연결시키는 사유의 깊이가 돋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비판 의식이 두 캐릭터 간의, 이성과 감성을 총동원한 양보 없는 대결이라는 극적 장치를 통해 형상화된다는 점이다. 흥미진진하게 이 대결을 목격하던 독자는 어느새, 우리가 향유하고 찬양하는 테크놀로지란 결국 다 무어란 말인가, 하는 질문을 받아든다.

 

권용민의 <오소리 그림>의 핵심에는 오소리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작품은 그것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을 극화하는 데는 관심이 없으며, 평온한 일상이 삐걱대는 틈을 타 튀어나오는 오소리의 새된 울음이 일으키는 불길하고도 흉흉한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만 집중한다.

 

둘 모두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기에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시의성 있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2G>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수상작 외에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우연의 거리>와 <시돈산의 비둘기들>이 있었다. 두 작품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문장력과 구성력을 보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소설이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것만이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 작품만의 논리에 따라 이뤄질 때, 소설이란 완성된다. <우연>은 그 논리를 정신분석학 이론에서 차용해왔고 <시돈산>은 그것을 찾기 어려웠다. 이 점을 좀더 고민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응모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소설’이라는 미학적 양식을 떠나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글이란 어디까지나,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는 통로이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문과 차고 넘치는 상투어들과는 구분되는, 나만의 말, 그래서 보편적인 것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진실한 말이란 참으로 드문 법이다. ‘소설’이라는 형식에 맞는 말을 하면 소설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진실한 말을 찾으면 소설은 저절로 완성된다. 이는 응모자들뿐 아니라, 나까지를 포함하여, 글쓰기에 나서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원칙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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