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학과 11학번 윤덕진

많은 사람이 즐기는 게임, 그중 e스포츠라는 문화에 매료되어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시작한 지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필자가 회장으로 재직 중인 대학 e스포츠 동아리연합회 ECCA가 11월 23일에 첫 생일을 맞는다. 작년 이맘때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출범식을 가진 뒤 전국의 많은 학교 학생들의 응원과 노력으로 성장한 단체인 만큼 필자에게 있어 남다르게 뿌듯하고 감격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전국 동아리 연합회' 수준의 단체가 유명 게임 제작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기획하는 등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는데, 이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난과 역경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한국에서 대학생은 학생과 사회인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이하의 후배들에게 우리는 어른으로 비치지만 사회에 진출한 지 오래된 사회 선배들에게 우리는 아직 어린 학생으로 보일수도 있다. 이러한 애매한 위치이기 때문에 업체들과 만나면서 많은 분이 나를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보고 대하기도 했고,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대놓고 하대하고 훈계하는 등 불쾌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열정페이라는 것은 상당히 보편화 되어있다. 게임사, 혹은 게임 행사를 준비하는 업체들과 일을 하다 보면 '대학생들과 일을 할 때는 제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에 기반을 둔듯한 어이없는 일들을 많이 만나보게 된다. 행사를 진행하지만, 인건비는 챙겨주지 않거나 최저 시급 이하로 책정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며, 인건비 얘기를 했을 때 학생이 돈을 위해 일을 하느냐는 식의 대우를 받은 적도 있다. 물론 ECCA가 게임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이 게임문화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비영리 단체임은 맞지만, 영리 행사를 함께함에 있어서 학생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존재로 본다는 것에 실망했던 적이 많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열정이 있고, 재능이 있고, 재주가 있으면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는 말을 하는데, 이러한 생각이 단순히 우스갯소리를 넘어서 비일비재하게 나오는 말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대학생은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고 공부를 하는 학생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성인이고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취업하기 힘든 시대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여기에 편승해서 대학생들을 착취하는 업체들이 주위를 둘러보면 결코 없는 것이 아니다. 실습, 교육, 스펙 등의 핑계를 대며 대학생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고 대학생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으면 더 이상 이 나라에 '열정과 능력 있는' 사람은 남지 않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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