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 일명 ‘과정남’으로 불리며,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팟캐스트로 제작해 올리는 남성 듀오가 있다. 바로 우리 학교 박대인(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정한별(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원우다. 사람들이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두 학우를 만나 과정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과정남/박대인, 정한별 원우 제공
과정남의 탄생 배경은
박 과정남은 과학기술에 관심이 적은 일반인부터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정출연)에 있는 연구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방송하고 있어요.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과학전문 뉴스나 기자가 많지 않고, 이 분야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적어서 과학기술정책 분야를 알리고자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수박 핥는 메인 사진의 의미는
박 사실 과학기술정책이 정치적이면서 사회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깊게 들어가면, 대중과 소통하기 어려워질까 봐 걱정이었고, 단순히 정책만 소개하면 지루한 방송이 될까 걱정되었죠. 그래서 학문적인 부분을 아주 가볍게 다뤄서, 일반인은 신선한, 정출연에 있는 연구원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어요. 이처럼 양쪽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수박 겉핥기’라는 콘셉트가 그 중간 수준에 딱 맞는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과정남,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박 과정남은 저희가 공부하고 즐기기 위해 시작했어요. 만약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지평을 바꾸겠다’라는 거창한 목표를 정했다면 청취자가 거의 없어서 아마 중간에 그만뒀을 거예요. 앞으로도 초심처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기면서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정 최근에 우리 학교와 POSTECH의 대학원총학생회가 같이 만든 ‘KAISTORY&POST-IT’이라는 잡지에 과학기술정책을 왜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지금은 ‘팟캐스트’라는 포맷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지만, 인지도가 더 늘어난다면 나중에 다른 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무관심한 대중, 그 이유는
박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저널리즘이나 과학계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이 과학을 너무 어렵고, 동떨어진 이슈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정 단순하게 생각하면, 생활에서 직접 부딪힐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교육정책이 바뀌면 온 국민이 목소리를 내지요. 반면에 연구 개발 기금에 관련된 정책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대중에 대한 과정남의 역할은
정 과학기술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처음엔 동떨어진 분야처럼 느껴지지만, 분석하다 보면 사실 우리 모두와 관련된 분야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과학기술분야의 노동 정책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다른 정책에 관심이 기울어진 사람들에게 ‘사실 둘은 같은 이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박 과학기술정책 분야에 대해 저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워요. 학문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학문을 대중과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재미있는 과학 현상을 설명한 교양서적이 대중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걸 번역해서 읽는 실정이죠. 저희는 과정남이 과학기술정책 분야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의 문제점은
정 무엇보다 사람들끼리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아요.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대화가 결국 국가의 정책이 되는 건데, 우리나라는 잘되지 않고 있어요. 교육이나 노동 정책은 술집에서 하루 동안 앉아 있어보면 쉽게 들리는 이야기 주제이지만, 과학기술정책은 그렇지 않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정책이 있고, 이렇듯 국민의 피드백에 의해 결정되는 정책도 있어요. 이때 국가와 국민이 양 방향적인 소통을 할 때 가장 바람직한데,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과정남을 하며 느낀 것은
박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놀랐어요. 맨 처음 과정남을 시작했을 때 ‘들을 사람만 들어라’라는 마음가짐이었고, 그래서 기대를 안 했어요. 홍보 활동도 전혀 하지 않았고요. 10명 정도 들으면 많이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이 들으시더라고요. 현재는 구독자 수가 201명이에요. 앞으로는 구독자가 더 늘어서 만 명 이상이 듣는 방송으로 발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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