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에서 여성 과학자는 항상 소수(Minority)이다. 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9월 30일 저녁, 그런 여성 과학자들이 후배 여성 공학도를 독려하기 위한 자리가 있었다. 급변하는 과학 기술계의 경쟁 속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어려움과 다양한 삶과 도전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카이스트와 WISET 공동 주관으로 개최되었으며 여성과학기술인의 현황, 교내에서 제공되는 각종 지원제도 안내와 같은 실제적인 정보 공유에서부터, 일과 삶의 균형에 토론까지 여러 뜻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총장님 내외와 카이스트 여 교수님들을 비롯한 100여 명의 남, 여학생이 모인 자리였다.

강성모 총장님은 인사 말씀에서 교내 여학생과 여교수 비율의 신장과 여성과학자들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히셨다. 이후 학생생활처장이신 김영희 교수님을 통해 여학생들을 위해 제공되는 휴게 시설과 기혼자를 위한 보육 및 아파트 제공 정책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이후 전산학과 문수복 교수님은 처음 카이스트에 왔을 때의 어려움과 처음 여학생의 밤이 시작되었을 때의 상황, 그리고 지금 행사의 의의에 대해 생생한 말씀을 전해주셨다. 2005년에 처음 열렸던 여학생의 밤은 '여기에 이렇게 여자 교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서로 응원과 위안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했다.

곧 연사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오랜 연구원 생활을 보내시고 작년 신소재공학과 정교수로 부임하신 박상희 교수님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춰왔던 방법과 연구자로서의 도전과 성취에 대해 공유하여 여학생들의 좋은 롤모델이 되었다. 이공계에서 여성이 남성들보다 발휘할 수 있는 개성과 자질이 분명히 있다는 얘기였다. 전산학과 오혜연 교수님은 아이를 양육하는 데 사용되는 시간이 아이의 나이와 남편의 타입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그래프 화하여 실질적인 정보를 생생하게 전해주심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의 의미 있는 경험담도 공유되었다. 중국 톈진대학 조교수 임용을 앞둔 기술경영학과 박사과정의 정은진 학생과 여학우의 비율이 극도로 적은 기계공학과의 류한솔 석사과정생의 발표는,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의 실질적인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함께 공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매력을 느껴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류한솔 학생은, 석사 진학과 연구실 선택에 관한 현실적인 고민과 해결 과정을 공유했다. 정은진 학생은 지도 교수님의 훌륭한 멘토링을 통해 어떻게 막연했던 꿈을 구체화하였는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global job market에 뛰어들어 중국 대학의 교수 채용에 도전했던 과정을 상세하게 발표하여 실질적인 노하우가 공유되는 자리였다. 모든 연사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얻어진 메세지는 자신이 여자라는 생각을 잊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위해 열정을 쏟을 때 더욱 더 여성으로써 진정한 자질을 발휘한다는 사실이었다.

인류의 발전 뒤에는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 왔다. 이제는 한국의 과학자들이 글로벌한 환경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대이며, 융합을 통해 각 분야의 한계를 극복한 과학 기술들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유연함과 섬세함을 갖추었을 뿐 만 아니라, 공유와 소통에 능한 여성과학자들에게 이번 행사가 좋은 동기 부여와 공감의 장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많은 여학생들이 한층 더 성숙하고 현명하게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나감으로써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