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생이 된 것이 새롭지도 않고 전혀 낯설지도 않은 이 시점에, 넋두리나 늘어놓으려 합니다. 본격적으로 제가 느낀 우리 학교 생활에 대해 논해 보기 전에 제가 입학 전 가졌던 우리 학교에 대한 느낌부터 짚어 보려고 합니다.
이젠 생생하지도 않은 면접날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그날, 카이누리의 훈남을 보며 ‘역시 남자가 많으니 훈남도 있군!’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서는 캠퍼스의 낭만을 꾸었죠. 캠퍼스커플은 도서관에서 껴안고 공부하면서 데이트를 한다나? 허허. 그리고 면접 결과가 발표 나자 관심도 없던 ‘서인영의 KAIST’에 괜스레 관심이 가면서 우리 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가당치도 않았던 저의 상상들에 코웃음을 치기도 합니다. 1월에 본격적으로 대전에 내려와 IT강좌를 수강하며 배운 대학생활 필수 스킬 두 가지. 수업에 빠지는 방법과 술 놀이. 정모에 참여하며 09 신입생들과 조금씩 안면을 트고 대학생활이란 이런 것이라고 확신하며 환희에 차있을 무렵, 드디어 KAIST는 개강했다죠. 아직 고등학생의 풋풋함을 벗지 못했던 당시, 주변 친구들이 강의실과 시간표를 스스로 확인하는 것에 존경과 경외의 눈빛을 보냈습니다. 개강 전 배운 스킬로 입학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모두 빠졌던 저는 시작이 어째 불안했죠. 개강 2주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연습반과 퀴즈, 그리고 저에겐 무척이나 어려웠던 중간, 기말고사는 개강 전 저의 환희를 무참히 짓밟았고, 방학 후 뜬 학점은 방학의 시작을 기뻐하며 회생하려던 저에게 KO 어퍼컷을 날렸습니다. 방학 3개월간의 재활기간을 통해 회복한 저는 이미 다시 죽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그냥 선배구나 했는데, 지금은 2~10년을 버틴 그분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는 결심했습니다. 아마 다음 학기부터는 대전에서 저를 보시지 못할 겁니다. 공대생활이 뭐 이런 것이지 하고 그러려니 지내고 있지만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 여러분. 대전에서의 공대생활 모두 파이팅이고요 몇 년 후, 빛나는 졸업장 혹은 학위 미리부터 축하합니다.

무학과 09학번 김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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