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입학자 중에서 비이공계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지급한 대통령과학장학금, 이공계국가우수장학금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우리 학교에서 지급한 교비장학금까지 환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각종 이공계 장학금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이공계 우수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지급되는 장학금인 만큼 목적에서 어긋나게 지급된 장학금의 경우, 원칙적으로 환수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비이공계 분야로 진출한 이공계 학생들에게 성급하게 장학금 환수하는 것이 과연 우수 인력을 이공계로 유치하고, 이공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바람직한 방안인지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한다. 비이공계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환수하는 데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비이공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장학금 환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이는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의 경우 표면적으로 비이공계 분야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비이공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가령 우리 학교의 의과학대학원의 경우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의사면허 소지자도 적지 않다. 기초의학의 경우 비록 의사면허를 소지한 연구자라고 할지라도 이공계 연구 인력인 생명과학 전공자들과 유사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자라고 하더라도 특허전문 변호사로 활동한다면, 그가 이공계를 이탈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처럼 이공계와 비이공계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학문 간의 ‘융합’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공계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비해 폭넓은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경영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던 금융, 재정, 마케팅 분야에 이공계 출신 인력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고, 그들의 활약으로 해당 분야가 괄목할 만큼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이공계 출신 인력이 기자나 공무원, 정치인이 된다고 이공계의 경쟁력을 저하한 다고 보기도 어렵다.
 
과학기술 집약형 산업이 경제의 기초가 되는 우리 사회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이다. 풍족하지 않은 재정 여건 아래에서도 다른 분야와 달리 이공계 분야 학생들에게 국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그러한 사회적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이공계 장학금 수혜자들은 국가로부터 받은 이러한 혜택을 가슴에 새기고 성실하게 학업에 임하는 것은 물론 국가와 사회, 더 나아가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잣대로 이공계와 비이공계를 구분하고, 단지 비이공계 분야로 진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공계 장학금 수혜자들에게 장학금을 환수하는 것은 오히려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피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장학금을 환수하는 것이 과연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인지, 장학금 환수 대상의 비이공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차분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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