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부정행위, 누구의 잘못인가?
상태바
연구부정행위, 누구의 잘못인가?
  • 양근재 기자
  • 승인 2014.09.22 2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초,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 주임은 줄기세포를 간단한 방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의 STAP세포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iPS세포 연구를 뒤잇는 획기적인 연구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많은 연구자는 그 실험을 재연할 수 없다며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화학연구소는 조사단을 구성했고 연구가 조작되었음이 밝혀지며 논문은 철회되었다. 이 대담한 조작 사건은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연구부정행위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일어나는지를 알아보았다.

 

연구부정행위란 무엇인가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에 제정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따라 위조, 변조, 표절 등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 위조는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나 결과를 허위로 만들어 내는 행위를 일컫는다. 변조는 연구 재료, 장비, 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임의로 변형 및 삭제해 왜곡하는 행위고,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연구 내용 및 결과를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연구 진실성을 직접 저해하지는 않지만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부정행위 의혹조사 방해 및 제보자 위해 행위, 각 학문분야에서 통상적 용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행위 또한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 2011년에는 자신이 이전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자기표절 방지 조항 또한 추가되었다.
위에서 규정된 연구부정행위는 아니지만, 연구윤리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연구행위도 있다. 생명윤리규범 위반, 부적합한 학생 지도와 연구실 분위기, 연구노트 작성 누락, 연구비의 부적절한 사용 등 그 범위가 넓으며 연구부정행위보다 상대적으로 덜 주의하게 되어 많이 발생한다.
한편, 연구부정행위의 범위는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위조, 변조, 표절만을 강조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며, 유럽에서는 바람직한 연구행위를 규정하고 이와 어긋나는 행위는 연구부정행위에 포함한다.

 

과학에 대한 막연한 믿음
과학계에서 연구부정행위가 밝혀지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다. 많은 사람이 과학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며 과학자들이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여기는 믿음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 또한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른 경우가 있다. 전하의 최소 단위가 존재함을 보인 밀리컨은 실험 데이터 중 자신이 필요한 값만 선별한 후 사용했다. 유전법칙을 밝혀낸 멘델이 제시한 실험결과에서는 완두의 비가 이론과 너무 잘 일치했다. 하지만 과학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비합리적 요소를 포함할 수 있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의 연구자들이 부적절한 연구행위를 행하고 있으며 연구부정행위 역시 종종 일어난다. 무엇이 연구자들로 하여금 부적절한 연구행위와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할까.

 

연구자의 연구윤리의식 부재와 학계의 윤리 불감증
연구부정행위가 일어나는 일차적인 원인은 개인의 연구윤리의식 부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적절한 연구행위의 경우에는 자신이 행한 것이 부정행위인지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연구부정행위 및 부적절한 연구행위를 통해 손쉽게 실적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연구자가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요인이다.
하지만 연구부정행위를 개인의 연구윤리의식 부재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과학의 구조가 논리적으로 완벽하다는 무의식적인 믿음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과학자 사이에도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동료 평가와 심사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재연이 잘못된 연구결과와 연구부정행위를 모두 밝혀낼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종종 연구부정행위 문제를 방조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사회의 구조적 문제
연구부정행위사건이 발각되면 사건 발생의 책임은 전적으로 연구자가 지게 된다. 연구자는 소속 연구기관의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연구부정행위는 연구자만의 문제가 아닌 과학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현대 과학사회에서 연구자들은 실적 위주의 대우를 받게 된다. 또한, 논문의 질보다 양을 늘리는 것을 높게 평가하는 외형주의도 연구자에게 압력을 가한다. 구직, 승진에서 논문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연구비 지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올해 발표한 <국내 연구윤리 활동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주된 이유로 연구윤리에 대한 정보부족과 함께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꼽았다.
연구실 분위기가 부정행위 발생에 노출되기 쉬운 경우도 있다. 실적에 대한 지도교수의 지나친 기대, 기여도에 부적합한 논문저자표시 관행 등이 연구부정행위가 일어나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 대형화되고 분업화된 연구실에서는 연구자들 간에 서로의 연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 부정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재연, 부정행위를 막는 장치
전통적인 과학관에서 연구의 재연은 부정행위를 막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다. 그러나 그 믿음과는 별개로 재연은 때때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재연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논문에 실린 실험 방법의 설명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특정한 세포나 시약이 구하기 어려운 경우 재연하기가 어렵다. 다음은 동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학계에서 보상은 주로 최초로 이루어진 연구에만 주어지며 재연은 대부분의 경우 공적을 인정받기 힘들다. 재연이 힘든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논문은 잘 재연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재연은 연구자가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실험을 하는 도중에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연구재단 지정 연구윤리정보센터는 “연구자로서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며 “연구공동체 주도의 연구윤리의식 확산이 꼭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