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10대들은 입시에, 20대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직장인들은 양육과 노후 대비에 낭만과 열정은 뒤로 한 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그렇게 사니까’라는 변변찮은 변명에 도전장을 내밀 듯이 한 열혈 청년이 ‘족구를 하고 싶다. 재미있으니까!’라고 외치며 나왔다.
24세의 복학생 홍만섭은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등록금 마련을 고민하는 청춘 아닌 청춘이다. 평균 평점 2.1점, 토익 응시 횟수 0회, 시골 농부 같은 전원적 외모의 만섭은 연애조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여느 청춘과는 다르다. 만섭은 첫눈에 반한 캠퍼스 홍보 모델 안나에게 영어 연극 발표를 같이 하자고 당당히 제안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족구를 그만둔 룸메이트 형국이 족구를 그만하라고 하자 족구가 좋아서 하고 싶다고 말하는 남자다. 만섭은 모든 일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 알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청년이다.
군대 제대 후, 학교에 돌아온 만섭은 학생들의 건의로 족구장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자 만섭은 친구 창호와 함께 총장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다른 학생들이 청년 실업 문제를 지적하고 기업체와 협력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할 때, 만섭은 뜬금없이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한다. 처음에 같은 학교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만섭이 안나의 친구인 전직 축구대표 선수 강민에게 족구로 이기는 영상이 학생들에게 퍼지면서 학교는 족구를 향한 열기로 가득차게 된다. 학생들의 관심 속에 캠퍼스 족구대회가 시작하고 만섭은 창호, 미래와 함께 팀을 짜 출전한다.
<족구왕>은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경기 승패를 가르는 장면에서도 족구 기술을 묘사하기보다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족구만큼이나 만섭과 안나의 연애 전선도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어 연극의 파트너가 되며 만섭은 안나와 가까워지고 안나도 만섭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인다. 안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솔직하게 행동하는 만섭의 모습은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이다. 또한, 영화 중간중간 연극조의 과장된 연출을 사용함으로써 영화의 밝은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유머러스하고 직관적으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등록금을 마련 못 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고깃집 바닥을 박박 닦는 만섭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이다. 우문기 감독은 현실에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낭만을 포기한 중장년들에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라’라고 외친다. 실재 인물은 아니지만 우리는 만섭을 통해 무작정 부딪치고 보던 순수한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 자체로 눈부신 ‘청춘’ 드라마 104분, 지금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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