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 3호선 경복궁역에는 볼거리가 많다. 서촌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장을 만날 수도 있고, 한글 간판 거리를 거닐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고궁박물관 옆 블록에는 갤러리가 모여있는 골목이 있는데, 좁은 골목을 걷다보면 대림미술관을 마주치게 된다. 대림미술 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트로이카 :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은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수많은 사람을 미술관으로 이끌고 있다.

 

TROIKA의 세계

전시의 주인공인 ‘TROIKA’(이하 트로이카)는 코니 프리어, 세바스찬 노엘, 에바 루키 3명이 모여 만든 아티스트 그룹이다. 셋은 사진, 엔지니어링, 그래픽 디자인 등 저마다 다른 분야를 전공한 뒤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같이 미술을 공부한 사이다. 이번 <트로이카 :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전에서는 트로이카의 다양한 작품을 미술관 전체에 걸쳐 전시했다.

소리와 빛 그리고 시간의 향연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작품이 눈을 사로잡는다. 1층 천장에 매달려 있는 <Cloud>라는 작품은 구름 모양의 조형물 위에 4000여 개의 원형 플립장치가 붙어있다. 시간에 따라 이 플립장치가 차례로 뒤집히고, 소리와 빛을 발하며 관람객을 매혹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The Weather Yesterday>가 있다. <The Weather Yesterday>는 제목 그대로 ‘어제’의 날씨를 보여준다. 기상청에서 받은 정확한 날씨와 온도를 30분마다 업데이트해서 보여주며, 미래의 날씨만을 예상하려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제’의 의미를 묻는다.


 

무질서가 이뤄낸 질서

3층으로 발을 옮기면 <Calculating the Universe>라는 커다란 크기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36,315개의 검정색과 하얀색 주사위가 액자에 가득 채워진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주사위의 눈과 색이 규칙을 갖고 변한다.  0과 1을 의미하는 검정색과 하얀색이 만들어낸 주사위 배열은 불규칙하다가도 어느 순간 규칙성을 찾고 커다란 그림을 완성해낸다.

같은 전시실의 <Labyrinth>와 <Light Drawings>는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Labyrinth>는 나무로 만든 미로 위에 종이를 덮고, 미로를 통과한 연기가 만든 그을음이 묻은 종이와 나무 미로를 그대로 전시했고, <Light Drawings>는 강한 전기를 종이에 흘렸을 때 전기에 의해 타버린 종이를 전시한 작품이다. 자연 스스로가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고, 자칫 무질서해 보이는 과정의 결과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어느새 자연에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관람객을 매혹하다

옆에는 천천히 돌아가는 커다란 조형물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The Sum of All Possibilities>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이 작품은 높이에 따라 길이의 육면체가 휘어져있고, 서로 다른 속도로 돌아가면서 구의 형상을 만든다. 작 품을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관찰하면 하트 모양을 만들어낸다는 가이드의 설명 때문인지 많은 관람객이 이 작품 앞에 계속 머무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의 작품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물음을 던진다. 전자제품이 내는 소리를 듣고, 휘어진 빛이 만든 터널을 통과하며 어제의 날씨를 되새기는 과정에서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 주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복잡한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직관적인 방법으로 자연의 방식을 보여주는 트로이카의 작품은 자연을 설명하기 위해 공부하는 ‘우리’에게 그 의미가 더욱 깊을 것임이 틀림없다. 낙엽이 채 들기 전에 대림미술관을 찾아가 트로이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들어보자.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사진/ 대림미술관 제공

글/ 김하정 기자 hajung0206@kaist.ac.kr

기간| 4월10일~10월12일

장소 | 대림미술관
시간| 10:00 ~ 18:00

요금 | 5000원

 

문의 | 02) 720-0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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